지수는 알 수 없는 매력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배우다.
배우들은 선이면 선, 악이면 악. 또렷한 이미지로 기억되고는 하지만, 지수는 묘하게 선과 악이 공존하는 마스크를 지녔다. 다양한 감정이 응축되어 있는 얼굴 역시 매력적이다. 지수를 처음 본 것은 드라마 ‘앵그리 맘’(2015)에서 였다. 교복을 입고 등장한 지수는 한참 선배인 김희선과의 호흡에도 밀리지 않고 배짱 있는 연기를 선보여 시선을 사로잡았다.
‘저 배우 누구지?’
신선했다. 쌍꺼풀 없는 얼굴에 알 수 없는 분노에 찬 탈은 배역인 고복동을 완벽하게 입었다. 언제 어떻게 연기를 시작했는지, 몇 살인지 보다 궁금한 것은 지수가 어떤 배우, 사람인 지였다. 그에게 20대 중반의 지수에게 사람 냄새가 풍겨왔다. 익숙한 것임은 분명했다. 이정재, 제임스 딘에게서 느꼈던 반항적인 매력이 그것이었다. 그런데 결이 조금 다르다. 새로웠다.
24일 개봉한 영화 ‘글로리데이’(감독 최정열)에서 지수는 갓 스무살이 된 용비 역으로 분했다. 지수는 ‘글로리데이’로 스크린에 주연으로 처음 데뷔한다.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지수는 취재진의 질문에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첫 주연 소감을 먼저 물었다.
“공식적인 자리가 낯설었어요. 몇 번이고 반복한대도 편해질 것 같지 않아요.(웃음) 인간 지수의 생각을 듣는 자리잖아요. 많은 분들이 제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부담감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어요. 말이 안 나오는 경험을 했죠.”
지수는 당시를 되돌아보며 멋쩍게 웃었다. 지수의 솔직한 모습에 민낯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참 좋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지수는 “저를 이렇게 인터뷰하러 와 주셔서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진행된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류준열은 ‘글로리데이’를 일컫어 “지수의 영화”라고 말하기도 했다. 류준열은 지수의 성장과 연기에 기대를 당부하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영화를 본 후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글로리데이’는 우리의 영화에요. 영화를 처음 하게 되었을 때 부담이 컸어요. 그렇다보니 많이 의자하려 했죠. 제가 가진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상대 배우들에게 묻어가려 했어요. 제 부족함을 채워준 준열이형, 준면이형, 희찬이형, 정말 감사하죠.”
지수는 함께 출연한 김준면(수호), 김희찬, 류준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미소로 만연했다. 제 또래의 즐거움을 아는 듯한 표정이었다. 공식 행사나 SNS 등을 통해 유난히 친분을 과시하는 네 사람이었다.
“영화가 어두워서 였을까요. 감독님이 ‘너희 네 친구들 만큼은 영화의 흥행여부를 떠나서 오래 좋은 친구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감독님의 당부가 현재 진행형으로 잘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개봉 전까지 계속 만나왔어요. 엠티도 갔었어요. 다같이 스케줄을 맞춰서 해외여행도 다녀오려고 했는데 스케줄이 맞지 않았어요.”
'글로리데이'는 스무 살 처음 떠난 여행에서 네 친구의 시간이 멈춰버린 그날을 가슴 먹먹하게 담아낸 올해의 청춘 영화다. 지수는 친구들 사이 리더이자 의젓한 용비를 연기했다.
“인간 지수로 돌아왔지만 용비가 당연히 내면에 남아있어요. 행복하게 촬영했어요. 용비는 어른들이 무서웠을 거에요. 잘 살아 갈 수 있을까 하는데 큰 화두였죠. 사회 부적응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건도 겪게 되고요. 영화에서 선택의 폭이 하나밖에 없는데. 저는 이해해요. 그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었을까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지수는 용비를 이해했다. 스무살을 살아낸 지수는 용비를 통해 자신의 스무살을 되돌아봤다. 서툴고, 아프고, 모든 게 어색하기만 한 스무살. 그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냈을까.
“신세계였죠. 하나하나가 제게는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아르바이트를 했어도 재밌었죠. 무얼해도 다 재미있게 다가왔어요.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것도 신기했어요. 대형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몸담았었는데, 스무살 하반기에 나오게 되면서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였어요. 의지할 때도 없고 아는 것도 없어서 무작정 뛰어다녔죠. 스물 한 살 때는 한량처럼 살았어요. 불안감과 두려움, 막막함에 휩싸였죠.”
두려움. 지수의 입에서 두려움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지수와 두려움이라는 단어는 어딘지 모르게 어울리는 단어는 아녔다. 당돌하고 총기 있는 눈빛은 두려움이라는 단어를 모르게 할 거라는 짐작이었다. 이를 짚어내자 지수는 깊은 한숨을 내뱉였다.
“언제나 두려워요. 그렇지만 맞서내야 하는 것이죠. 촬영을 할 때 밀려오는 부담감이 곧 두려움을 만들기도 해요. 또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도 많아요. 인정하고 납득하고 받아들여야죠. 맞서야 하는겁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매번 두렵지만 예전에도 그랬으니까 ‘잘 될 거야’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묵묵히 살아내야죠.”
지수의 데뷔는 뜻밖에도 연극이었다. 지수는 연극 '봉삼이는 거기 없었다'(2009)를 통해 연기를 시작했다. 17세에 들어간 극단에서 지수는 청소부터 시작했다. 이제 갓 고등학교에 들어간 청년이었지만, 일찍 제 꿈을 발견했고 달려왔다.
“그 시절, 저는 연기를 배우고 싶었던 호기심 가득한 아이였어요. 잃을게 없는 나이였죠. 17세 3월부터 극단생활을 시작했어요. 단역부터 시작했죠. 그 때의 경험이 저를 많이 성장시켜줬어요. 행운이었죠. 현장 경험은 정말 축복이에요.”
지수는 연기 첫 삽을 뜨던 날을 회상하며 수줍게 미소지으면서도 앞으로 다가올 많은 날들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3,40대 지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남성적으로 변하지 않을까요? 청춘은 나이나 세월이 아닌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청춘의 마음은 그 안에 담겨있는거죠. 순수함을 잃지 않고 싶어요. 열정과 호기심이 영원히 지금과 같기를 바라요. 언제나 청춘의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 지금처럼 배우로서 끊임없이 갈구하고 싶습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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