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0대 국회는 기업 규제 풀어야

국내 대기업은 ‘알파고’와 같은 지능형로봇을 만들더라도 국가가 공인하는 ‘지능형로봇전문기업’ 지정에서 제외되고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지능형로봇법의 규제 때문이다.

또한 뿌리산업법은 금형·용접·표면처리 등 ‘뿌리기술 전문기업’ 지정 대상에서 대기업을 제외하고, 소프트웨어산업법은 국가안보 사업 등 일부를 제외한 공공부문 발주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집단은 공정거래법·자본시장법 등 27개 법률에서 60건의 규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을 막기 위해서는 일부 규제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국내 산업발전을 가로막고 대기업을 역차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구글의 알파고 신드롬 이후 전세계가 인공지능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대기업을 규제하면서 경쟁에서 뒤쳐질까 우려된다.

규제 대상이 되는 대기업 기준도 현실과 맞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8년 7월부터 자산 5조원 이상 그룹을 대기업집단을 규제하고 있다.

당시 5조원 이상 그룹은 41개 기업집단이었지만 올해는 65개로 늘었다. 우리나라 경제규모(GDP)와 국민순자산이 2008년 대비 약 1.4배 성장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같은 자산 기준으로 벤처기업으로 분류되던 기업들도 올해 대기업에 포함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갈수록 규제 대상이 넓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기업 규제가 증가세인 것도 문제다. 대기업집단 규제가 신설·개정된 시기는 16대 국회 6건, 17대 국회 8건, 18대 국회 15건, 19대 국회 20건으로 증가했다.

4·13 총선이 치러지고 나면 머지않아 20대 국회가 개원할 것이다. 20대 국회에서는 규제를 늘리기보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많이 내놓길 바란다.

강길홍 기자 sl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