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불황은 수주 부진 탓···환경 개선이 먼저”“정부·금융권·조선업계가 머리 맞대고 고민해야”
정부가 20대 총선 종료와 함께 조선업계 구조조정 재개를 천명하면서 국내 중견조선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조선업 위기의 근본 원인이 수주 부진에 있는 만큼 덩치 줄이기에 치중하기보다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해운·조선업 구조조정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5일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공급 과잉업종의 구조조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면서 “기업 구조조정을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유일호 부총리는 이번 발언에서 해운업계 관련 내용을 중점적으로 언급했지만 조선업도 한파에 시달리는 만큼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흘러나온 조선업 구조조정은 자율적 의지가 반영돼야 한다는 업계 내 반대 분위기로 쉽게 추진되지는 못했다. 조선소가 사라지면 대규모 인력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지역 경제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지역 표심 사수를 위해 언급을 꺼렸던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선거가 끝남에 따라 조선업에 대한 매각과 합병 등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견조선소에 오는 타격이 무엇보다 클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업 불황이 깊어지며 STX조선해양·성동조선해양·SPP조선 역시 지난 1분기 선박을 단 한척도 수주하지 못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대형 조선 3사의 합병설과 맞물려 중견조선소의 업종 전환 등의 시나리오가 제기돼왔다. 대형 조선소의 경우 자체적인 태세 정비를 예고한 만큼 사실상 정부의 구조조정안이 중견조선소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주장도 있다.
업계에서는 소문만 무성한 정부발 구조조정설에 여전히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선소 몇 곳이 문닫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보다 균형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들은 국내 조선업이 침체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시급한 문제점으로 꼽았다. 중국과 일본 조선업계는 똑같은 업황 침체 속에서도 자국 물량을 수주함으로써 일감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1분기 수주 선박 35척 중 32척이 자국 물량이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부분을 해외 수주에 의존하고 있어 품질면에서 우위를 갖췄음에도 더 큰 위기에 놓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환경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 조선업이 과거 구조조정 이후 우리나라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점과 관련해서도 무분별한 인력 감축만이 해답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실적만을 따져 구조조정을 밀어붙인다면 업계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와 금융권, 조선업계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진지하게 방향성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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