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구조조정 미루기 어렵다”박근혜 레임덕 전 끝내자 판단여소야대 악조건 돌파 여부 관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정부가 현대상선 등 조선·해운기업을 포함한 기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총선이 끝난 시점에서 올해 말까지 기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은 그동안 핵심 현안으로 꼽히면서도 총선 영향으로 진척이 더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해운·조선업 구조조정 탄력받나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화두를 다시 던진 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찾은 그는 15일(현지시각) 기자 간담회에서 “공급 과잉업종·취약업종 구조조정을 더는 미룰 수 없으며, 빨리해야 한다”며 “제가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가 직접 나서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미 금융감독원과 채권은행들은 지난주 금융권 빚이 많은 모두 39개의 주채무계열 기업집단을 선정하며 올해 구조조정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총선 이후 한계기업 퇴출 작업이 탄력을 받으면 구조조정 업체 선정뿐 아니라 기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인력 감축 등도 예상된다.
특히 조선·해운업계에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해운업의 경우 외국 선사들과의 용선료(선박 임대료) 인하 협상이 관건이다. 해운업 호황기에 높게 책정한 용선료를 떨어 뜨려야 5년 연속 헤어나지 못한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채권단은 이달 중 현대상선이 협상에 성공해 용선료를 낮춰야 회의를 열어 출자전환 등 지원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협상에 실패하면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까지 갈 수 있다. 한진해운은 올해 1월부터 진행한 재무진단 컨설팅이 끝나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경영개선 방안이 수립될 예정이다.
유 부총리는 특히 “해운사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되지 않으면 정부가 액션(행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들을 중심으로 매각·인수합병에 대한 반발이 컸던 조선업 구조조정도 진전될 가능성이 있지만 지역경제 둔화와 고용 감소라는 반발도 만만치가 않다.
◇박근혜 레임덕 덜한 연말까지 ‘골든타임’
유일호 부총리가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재차 언급한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와도 연관이 있다. 특히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 이후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올해 연말까지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절박함도 짙어지고 있다.
4·13 총선이 끝나고 국회의원 후보들의 ‘표심 구하기’가 약해진 지금부터가 기회일 수 있다는 판단도 반영되고 있다.
대통령선거 국면에 돌입하면 대대적 감원 등이 몰고 올 수 있는 후폭풍을 정치권이 떠안으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관건은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정부가 어떻게 여소야대의 변화된 지형을 뚫고 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것인가다.
당장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인 ‘한국판 양적완화’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쓸 돈을 한국은행이 풀게 하자는 이 공약에 두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서다.
여소야대 상황에선 경제살리기 법안을 비롯해 노동 금융 등 4대개혁 법안, 서비스업활성화 법안 등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의 법안 통과가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성배 기자 ksb@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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