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단계 등 최종 계약 지연·무산 가능성중국·일본·독일 등 경쟁국 보다 한발 늦어저가경쟁 우려···금융 약해 속빈 강정될라
최대 200억달러에 이르는 이란 수주 특수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장밋빛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본계약이 아닌 가계약을 비롯, 합의각서, 업무협약(MOU) 수준의 프로젝트가 적지않아 최종 수주까지 더 지켜봐야한다는 이유에서다. 다음달 초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 세일즈 외교의 최종 성과가 그닥 신통치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지난 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란 방문을 비롯, 막강한 자금력과 문화 스킨십을 앞세운 일본과 독일 등이 이미 이란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부실한 정부지원과 허약한 금융체력에 따른 실탄 부족으로 국내 건설사들은 속빈 강정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뒷북치는 박근혜 세일즈 외교 = 이란은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의 자원 부국이자 인구 7800만명의 중동 최대 내수 시장이다. 때문에 해외 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국내 건설업계로선 이란 경제제재가 풀린 상황에서 중동 제2 경제대국의 특수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최대 200억달러에 이르는 수주 대박이 터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수주 대박 기대감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업무협약 등 아직 계약 성사가 안된 프로젝트가 적지 않아 수주 확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게 현대건설과 포스코대우가 추진중인 이란 보건부와 최고 의과대학인 시라즈의과대학 병원건립(1000병상) 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준하는 자격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MOU체결 단계다보니 본계약까지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추진중인 5억달러 규모 잔잔지역 복합화력발전소 공사건도 마찬가지다. 업무협력 합의각서를 다음달 중 체결할 예정이지만 최종계약까지는 아직 세부적인 협의가 더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초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순방에 나서지만 뒷북치는 세일즈 외교로는 향후에도 큰 성과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건설업계에선 이제 막 경제 빗장이 풀린 이란의 빈약한 자본력에 주목한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이란측에서 눈독을 들이는 게 금융지원이지만 우리 정부나 수출입은행정책금융기관들의 대응은 중국이나 일본 독일 등 경쟁국에 비해 한발짝 늦는 등 취약할 실정이다. 실제로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1월 23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나 총 550억 달러(약 66조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일본 역시 이란과의 투자협정을 체결했고 개발사업 투자를 위해 100억 달러 규모의 신용융자를 제공할 예정이다. 독일은 미국의 경제제재 이후에도 이란에 경제원조를 제공하는 등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순방 등 한국의 대처가 뒷북행보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수출입은행 등에서 금융지원에 나서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조건이 해외펀드보다 못한 사례도 많아 큰 혜택이 없다는 게 건설업계의 시각이다.
◇2008년 출혈경쟁 재현 조짐 = 이란에서 국내건설사간 출혈경쟁마저도 우려된다. 저유가에 따른 중동발 발주급감 사태로 수주물량이 줄어들자 대형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일감찾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 이란시장이 해외건설 수주에 목마른 한국 건설업계의 출혈경쟁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이란 정부나 발주처측의 콧대는 더 높아지고 있는 점도 저가 출혈경쟁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란측이 자신들이 유리한 조건으로 입찰에 붙이더라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엔 이란측에서 만나자고 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이젠 180도 달라졌다. 이란측 발주처를 만나려고 해도 줄을 서야한다. 이란측의 갑질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란발 유가폭락 사태···더 큰 재앙 가능성 = 최근 유가 흐름도 건설업계로선 걱정이 앞선다. 특히 이란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돈이 모자란 이란측이 원유 생산을 급격히 늘릴 경우 최근 저유가 사태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가뜩이나 초저유가 사태에 따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들의 재정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 마저 공급 과잉시장에 뛰어든다면 중동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풀릴 가능성은 더 희박해진다. 이란 시장에선 국내 건설 수주가 좀 더 늘어날 여지가 있지만 범 중동 국가들의 재정 리스크로 한국 건설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낮은 유가가 건설업계 해외 수주의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이란이라는 대규모 산유국의 등장으로 원유 공급과잉이라는 리스크가 다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이란이라는 커다란 시장이 열린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지만 이란이 산유국들과 다툼을 벌인다면 이는 리스크로 다가올 여지가 적지않다”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ksb@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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