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즉생’ 각오로 구조조정 돌입기업에 자구노력 강요···각 부처는 몸사리기"성과 위한 인위적 조정은 비이상적 방법”
27일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향후계획을 보면, 구조조정은 정부가 업종별 구조조정 방향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채권단이 개별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기업에게 추가인력 감축 등 지금보다 자구노력 수준을 강화하도록 요구했다. 대우조선에는 추가인력감축과 급여체계 개편, 현대·삼성중공업은 자구계획을 받기로 했다. 개별기업에 대해서는 평가를 실시해 상시·선제적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계획에서 정부는 “경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제활력을 신속하게 회복하기 위해 정부와 채권단이 총력을 다해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사즉생 각오로 기업 구조조정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러한 각오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압박에 가깝다. 골든타임인 올해 안에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뽑아내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자구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사실상 지원을 받기 어려워진다. 노조와 부딪혀 가며 직원들을 내쫒아야 한다. 결국 화살은 해당 기업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방침이 세워진 것도 아닌 밑그림 수준이다. 정부가 이에 대한 확실한 지원을 약속한 것도 아니다.
구조조정 기업에게 가장 필요한 재원마련 부분은 정부가 검토 중에 있다. 아직 자본확충 방안은 마련하지도 않았다. 대량실업이 예고되고 있지만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도 확정되지 않은 채 검토만 되고 있다.
한국은행과 국책은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은 내부 기류는 불편한 기색이 돌고 있다. 이주열 총재가 연일 선을 긋고 있지만, 구조조정을 위해 발권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 한은의 독립성을 넘나드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 자체적인 재정지원도 기재부 내에서 꺼리는 분위기다. 빚을 내서 지원해야 하는데 그만큼 정부부채 규모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안팎에서 당장 급한 경기활성화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기재부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이마저도 틀어막고 있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부처간 엇박자를 내는 모습도 연출된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두고 고용부는 신중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G20 회의에서 한 구조조정 발언은 김영석 해수부 장관이 반박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 구조조정을 연일 강조하면서도 정부는 이에 따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서로 눈치싸움 중이라는 얘기다.
최근에는 은행권에서까지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하고 해당 분야 심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지만, 어떻게 시장중심의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느냐”며 “현실은 정부주도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것이지만 책임은 은행에 전가되고 있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책임을 기업에만 전가한 채 가시적 성과를 위해 정부의 인위적인 조정과 간섭을 경계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인위적으로 정부가 어느 기업은 어떻고, 이 산업은 이렇게 하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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