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 리뷰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은 영화의 문을 열며 관객들에게 말한다. 현혹되지 말라고.
외지인(쿠니무라 준 분)이 곡성의 한 마을에서 미끼를 끼워 낚시를 하는 장면으로 '곡성'은 시작한다. 미끼를 물었다.
이는 관객을 현혹시키는 나홍진 감독의 미끼와도 같다. 관객은 현혹되지 말과 동시에 밀려드는 의심과 156분동안 치열하게 싸우게 된다.
'곡성'은 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사건과 기이한 소문 속 미스터리하게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종구(곽도원 분)는 조용한 마을에서 경찰로 일한다. 어린 딸과 부인, 장모와 함께 하루하루 살아가는 가장이기도 하다.
어느 날, 마을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고 종구는 끔찍한 사건과 마주하며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조용한 마을은 이내 쑥대밭이 된다.
마을 사람들은 이 공포의 근원으로 일본인 외지인을 가리킨다. 마을에는 외지인의 기이한 행동을 목격했다는 목격담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이를 들은 종구 역시 외지인이 수상하다며 주먹을 꽉 쥔다.
이후 종구의 딸 효진(김환희 분)이 의문의 병세에 시달리게 되고, 이를 걱정한 종구의 장모는 용한 무속인 일광(황정민 분)을 불러 굿을 벌인다.
나홍진 감독은 영리하고 노련하다.
적재적소에 블랙코미디 요소를 배치해 관객들의 웃음을 이끈다. 그렇게 관객의 팔짱을 풀게한 후 관객을 혼돈의 도가니에 몰아넣는다.
그의 종교관, 선악세계는 공포감을 안긴다.
누가복음 24장 37절·38절·39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 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가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
'곡성'은 시작과 끝을 성경을 통해 한다. 또 클라이막스에서 펼쳐지는 긴장감 넘치는 한 장면은 마치 곡성을 예루살렘에 비유한 듯, 관객을 혼돈에 빠지게 한다.
나홍진은 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신의 형상에 대한 의심과 물음을 던지며, 인간의 나약한 믿음을 내려다본다.
'곡성'은 156분 동안 펼쳐지지만 단 1초도 숨돌릴 틈 없이 쫀쫀하다. 이 점이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야기를 따져보자면 허술한 점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곡성'은 관객을 절정으로 몰아넣고도 그보다 더한 절정을 맛보게 한다.
배우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다. '곡성'에서 꼭 이야기하고 싶은 배우는 쿠니무라 준. 그는 다수의 작품에서 보여줬던 자신만의 매력이자 무기인 카리스마를 '곡성'에서도 아낌없이 뿜어낸다. 국내배우가 흉내낼 수 없는 음울한 정서로 극의 중심을 잡으며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단언컨데 외지인을 연기한 쿠니무라 준을 대체할 국내 배우는 없을 터다.
황정민은 영화가 시작하고 약 1시간 20분 후에야 등장하지만 2시간 동안 춤을 춘 듯 '미친존재감'을 발휘한다. 등장과 동시에 관객을 현혹시킨다.
'착한' 황정민은 없다. 어찌보면 일광이 영화에서 가장 명쾌한 캐릭터가 될 수 있겠다. 그는 무속인 캐릭터를 위해 긴 머리를 질끈 묶고, 일광의 눈을 눈에 넣었다. 눈빛부터 일광인데, 이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온다. '신세계'의 황정민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그 이상을 발견하게 된다.
나홍진 감독 특유의 불편함은 '곡성'에서도 마주하게 된다. 분명 불편한 영화지만 결말은 나홍진스럽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곡성'은 혼돈이다. 극장에서는 불편한 혼돈일 지라도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그 불편함이 또 다른 맛으로 변한다. '곡성'은 첫 맛은 쓰지만 입에서 살살 음미하면 달콤해지는 홍차 같다.
5월 11일 전야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56분.
덧, '곡성' 기술 시사회를 하는 날, 비가 왔다고 한다. 제작보고회를 하는 날도 비가 왔다. 언론시사회를 하는 날도, VIP 시사회를 하는 날까지.. 모두 비가 왔다. 하늘이 울었다. 곡성(哭聲).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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