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는 tvN '기억'을 통해 첫 악역에 도전했다. 첫 악역을 맡은 것에 대해 "용두사미로만은 비추어지기 않기를 바랐어요"며 말문을 열었다.
"나름의 준비와 트레이닝을 했어요. 첫 악역이라 실패하면 안하느니 못하다 싶어서 비슷한 드라마 영화를 찾아서 리서치를 많이 했죠. 대본에는 없는 지문도 설정으로 만들어서 추가하고 표정 공부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첫 도전인만큼 쉽지는 않았다. 대중의 평은 냉정했고 이기우도 그 같은 반응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초반에는 댓글을 보니 평이 안좋았어요. 제작발표회서부터 SBS '리멤버 - 아들의 전쟁 ', 영화 '베테랑'과 비슷하지 않냐는 말들이 있어서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죠. 다른 맛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래서 네티즌들이 쓴 댓글을 유심히 봤어요. 처음엔 그럴수 있겠지만 드라마 중반, 후반이 되어도 만약 그 반응이 계속 된다면 제 자신에게도 실망을 많이 할 것 같았어요. 초반 댓글을 보며 연기한 것이 동기부여가 됐죠. 신영진을 입체적으로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이기우가 극중 맡은 신영진은 재벌 3세로 충동적이고 잔인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이기우는 이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나름의 해석을 거쳤다고 했다.
"신영진은 부와 권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어요. 하지만 신체도 건장하고 무게감과 포스까지 있으면 너무 뻔한 악역이 될 것 같아서 정말 찌질하고 비열하는 느낌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죠. 멋있는 악역보다 고약한 놈, 얄미운 놈으로 악성댓글을 유발할 만한 포인트들을 구상해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첫 악역을 한 소감은 어땠을까. 이기우는 "재미있었고 쾌감을 느꼈다"는 표현을 남겼다.
"데뷔 10년이 넘어가고 나니까 열정이 정체된 시기가 있었죠. 하지만 이번 역할을 하면서 남다른 각오를 하며 준비 했어요. 악역이라는 역할이 배우를 능동적으로 만들더라구요. 안하던 표정, 행동들을 익숙한 것처럼 보여주려면 연습도 많이 해야 하니까요. 젠틀하고 키다리 아저씨 같은, 정적인 역할만을 해왔는데 동적인 역할을 하니 재미있었어요. 대본 안에 안보이는 지문들을 찾는 작업들을 처음 해봤어요. 제가 상상하는 걸 입체적으로 만드는 것이 재미있는 작업이구나 싶었죠. 화면으로 그 모습들이 나올때 쾌감을 느꼈고 대중에게 인상적으로 먹혔을 때 즐거웠어요. '기억'을 통해, 보다 더 많은 악역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하지만 한편으론 이기우에게 악역이라는 배역 자체는 많은 고민을 안겨줬다.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는 기존의 악역과는 달라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음을 전했다.
"그렇게 많이 나오는 역이 아니라서 짧은 시간 안에 뭔가 다 보여줘야한다는게 아쉽더라구요. 다른 악역과는 다르게 하면서. 그것으로 인해 매회 부담감을 느꼈고 또 어려웠어요. 다만 첫 악역이었는데 발연기라는 말이 안나왔다는 점에 안도해요(웃음) '이기우가 의외로 잘했다'는 말이 있어서 힘도 많이 됐고 악역 외에도 기존 이미지를 깨는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동기부여도 됐죠"
이기우는 2003년부터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왔고 연기 10년차를 넘어섰다. 이번 변신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일환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2013년 정도였나. 조금 오래 쉬었던 적이 있었어요. 작품이 잘 안들어온 적도 있었고 회사문제로 인한 것도 있었고요. 조급하고 불안하고 그랬던 시기가 분명 있었어요. 책임감은 커졌는데 배우로서 역할이 너무 적어서 위축되고 힘들었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성격 자체가 긍정적인 편이라 가족들과 시간도 많이 보내고 친구들이나 연기자 선배님들과 이야기하면서 많은 조언들을 들었어요. 큰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죠. 견디고 작품 열심히 하고 그러니 괜찮아졌어요"
'기억'은 이기우 자신을 한단계 성장시킨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기억' 덕분에 지금이 일을 제일 많이 하고 싶은 시기가 됐다"며 웃었다.
"이를 두고 제 스스로 조급한 건가 가끔씩 되물어봐요. 불안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여러 분들께 여쭤보니 저처럼 비슷한 시기에 같은 느낌을 받으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럴때 한번쯤 한 계단 올라가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캐릭터를 다 하고 싶어요. 호기심 가득한 어린 아이가 된거죠"
이기우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 걸까. 슬럼프를 넘어서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그를 보며 배우로서의 지향점이 궁금해졌다.
"차승원 선배가 저랑 비슷한 부분이 많으세요. 그분도 큰 키 때문에 역할이나 배역에 제약이 있으실 텐데도 매번 다양한 역할과 장르를 소화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워요. 저 역시 큰 키가 장애믈이 되지 않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는 게 꿈이고 항상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바람이에요. 기회가 되면 중국에 가서 연기를 해보고도 싶구요. 차근차근 공부도 해보고. 어느 분이 연기자는 연기에 만족하면 배우로서 끝이라고 하신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예전에는 '10년이 지났으니 이 정도면 됐겠지'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아니에요. 깊이있게 그리고 진중한 자세를 가지고 가면 올해에도 제 자신이 연기면에 있어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봐요"
이처럼 한층 나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기우. 그 같은 노력이 연기로 나타나 더 많은 빛을 보기를 기대해 본다.
금아라 기자 karatan5@
뉴스웨이 금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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