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회현은 중학교 시절, 친구가 연기학원에 다니겠다는 말을 우연히 듣고 연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집안의 반대에 부딪쳤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했고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 예술고등학교에 편입을 하고 대학을 들어가 연기를 배우면서 연기자로서 진로를 잡았다.
SBS '피노키오'(2014)가 첫 데뷔작이었다. 이후, MBC 이브의 사랑(2015), tvN '응답하라 1988'(2016), SBS '육룡이 나르샤'(2016)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그리고 이번 tvN '기억'(2016)을 통해 마침내 대중에게 여회현이란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예전에 아침드라마 '이브의 사랑'을 할때는 보통 아주머니들이 알아봐주셨어요. 그런데 '기억'을 하면서 연령대 별로 다양하게 알아봐 주시더라구요. 확신은 못하지만 술자리나 식당을 가면 뒤에서 옆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정말 감사하죠.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어쨌든 눈여겨 봐주신 거고 기억해주셨다는 의미잖아요"
여회현은 '기억'에 출연한 것이 드라마의 제목처럼 기억에 두고두고 남을 것이라 했다. 그만큼 '기억'은 많은 생각을 갖게 한 드라마였다.
"오디션을 본 후 감독님께 '함께 하자'는 연락이 왔어요. 역할은 알고 있었는데 드라마 상에서 이렇게 임팩트가 있는 배역이라는 것은 상상을 못했죠. 드라마 흐름에 영향을 준다는 부분에 있어서 부담감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컸어요 스트레스가 많았죠. 공포스럽기까지 했어요. 민폐를 끼칠까봐. '웰메이드 작품인데 나 때문에 잘못되면 어떻하지?' 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걱정이 물 밀듯이 들고"
'기억'에서 여회현은 태선로펌의 후계자이자 주인공 박태석(이성민 분)의 아들을 뺑소니 사고로 죽인 범인, 이승호 역을 맡았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을 높이고 키 포인트로 작용하는 인물이었다. 이제 데뷔 2년차인 여회현에게 어려움은 당연히 있었을 터. 하지만 여회현은 여느 배우처럼 노력으로 그 힘든 상황들을 극복했다.
"감독님이 걱정이 많으셨어요. 저를 믿어주셨지만 초반에는 현장에서 혼도 많이 났죠. 극 초반, 제 안일한 모습들을 정확히 캐치를 하시고 지적하신 것 같아요. 이후 영혼을 다해서 최선을 다했죠(웃음) 그러면서 비중이 늘어나는 것을 느끼게 됐는데 그것을 보고 '감독님 뿐만 아니라 작가님도 나를 믿고 계시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하지만 '기억'의 이승호를 있게 한 건, 주변 사람들의 변함없는 지지와 도움도 컸다. 박진희, 전노민, 이성민 등 배우들 가르침이 큰 힘이 됐다고 전하면서 인터뷰 중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일일이 감사함을 전했다.(허정도, 이기우, 이준호 등 여러 배우들에게도 고마움을 알렸으나 글로 다 옮기지 못하고 생략한다)
"작품 초반에 박진희 선배가 많이 챙겨주셨어요. 집으로 불러주시고 같이 맞춰봐주셨죠. 제가 감독님께 혼날 것도 예상하셨더라구요. 엄하지만 정말 좋은 분이에요. 아들처럼 친동생처럼 챙겨주셨어요. 편애라고 생각될 정도로 예뻐해주셨죠(웃음) 극중 아버지로 나오셨던 전노민 선배는 부족한 제 연기를 잘 잡아주셨어요. 대본을 들이밀면서 무작정 '이 부분 잘 알려주시면 안될까요?'라고 부탁드리면 족히 20-30번 리허설을 많이 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시고 방안 역시 제시해주셨죠. 제 연기의 폭을 한단계 높여주신 분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성민 선배는 제게는 롤모델이 되어 버리신 분에요. 인간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완벽하신 분이죠. 존경스러워요"
여회현은 드라마상에서 감정소모가 많은 신들을 소화해야 했었다. 극중 눈물을 흘리고 아버지와 대립하는 등 여느 배우에게도 힘든 신들이 대부분이었다.
"감정을 잡는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어요.눈물도 안나고 그러니 미쳐버리겠더라구요. 화를 낸다거나 박장대소 하는 것이 오히려 쉬웠을 거에요. 오열하는 것, 힘들더라구요. 뒤통수가 아프고 어지러울 정도였죠. 하지만 감독님이 칭찬을 많이 해주시고 배려를 많이 해 주신데다가 대배우분들이 앞에서 열연 해주시니 조금은 수월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여회현은 이승호라는 인물을 소화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집에서 슬픈 음악들도 많이 듣고 감정이입을 많이 했어요. 초반에는 밥도 안 먹고 억지로라도 하려고 했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이승호라는 인물이 어느정도 윤곽이 잡히고 캐릭터가 그려지니 (표현해 내는데)자신감이 생겼어요. 앞으로 더 힘든 배역을 맡게 된다면 '기억'에서 한 연기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회현에게도 연예인으로서 가질 법한 불안감은 역시 존재했다. 비교적 빠른 시간안에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는 점 때문. 인기는 있다가도 사라지고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도 없는 것이라는 점을 여회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두렵다고 했다. 연기를 업으로 하는 이라면 누구든지 갖는 고민거리겠지만 신인인 여회현에게는 그 두려움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그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에만 멈춰있지 않았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연기하는 것. 두려움을 잊기 위해 여회현 본인이 꼽은 방책이었다.
"어떤 역할이든지 다해보고 싶어요.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은 거죠. 아직까지는 제가 실력을 쌓아나가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많은 작품들을 접해보고 싶어요. 물론 이미지 소모 등 단점인 부분도 존재하겠지만 연기 갈증이 있기에 그걸 해결하는 것이 저한테는 우선이에요. '이미지로 떳구나' '연기 못하는데 어떻게 떳냐'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요. 제가 할 일은 무조건 연기에 집중하는 것. 그것 뿐이에요"
앞으로의 계획을 말함에 있어서도 주저함이 없었다. 어느 신인 배우보다 준비되어있는 여회현. 그러기에 그의 마지막 말 또한 인상 깊게 남았다.
"단기적으로는 다음 작품을 하기 위해 제 나름의 노력을 할 생각이에요. 장기적으로는 깊이있는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될 거구요. 언제나 변하지 않는,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할 테니 지켜봐주세요"
금아라 기자 karatan5@
뉴스웨이 금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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