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이냐, 경유차 등 국내 문제냐원인규명 소홀한 채 ‘헛발질 정책’만우왕좌왕 말고 납득 할 대안 찾아야
우리나라의 대기오염 수준은 그다지 좋지 못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전국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세제곱미터당 26마이크로그램(㎍/㎥)이고 그 중에서도 서울은 23마이크로그램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치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봄철의 불청객으로 악명이 자자했던 황사가 ‘한 철 손님’이었던 것에 반해 미세먼지는 1년 내내 우리 주변을 괴롭히는 ‘상시 불청객’이 됐다. 이 때문에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노력은 물론 미세먼지 저감과 관련된 산업이 강조되는 등 온 나라가 미세먼지를 화두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갑자기 왜 현재 시점에서 미세먼지 이야기가 2016년 대한민국의 최대 화두로 발전한 것일까.
사실 2000년대 후반까지는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했다. 봄철에 찾아오는 황사에 대한 대비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2013년부터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가 점점 강력해졌고 대기오염 수준이 ‘매우 나쁨’ 단계로 악화되는 경우가 잦아지기 시작했다.
미세먼지의 악영향은 갈수록 심해졌고 올해에만 총 60차례 넘게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대기 환경이 나빠졌다. 이후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해외의 사망 사례 등이 속속 알려지면서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여기에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고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미세먼지를 더 유발한다는 실험 결과가 나오면서 미세먼지에 대한 화두는 특정 업계나 계층을 넘어 전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되기 시작했다.
미세먼지가 화두로 집중된 것은 지난 4월 말부터다. 지난 4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렸던 박근혜 대통령과 국내 주요 언론사 편집국장과의 오찬간담회가 미세먼지 파동의 시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매체의 편집국장이 “요즘은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등산을 해야 할 형편이다”라고 말하며 미세먼지 오염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이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를 단기적, 장기적 차원으로 정해서 풀어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이후 범정부 차원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각종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실효성 있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연달아 등장했다면 미세먼지에 대한 문제는 사그라졌겠지만 정부가 잇달아 ‘헛발질 정책’을 내놓으면서 국민의 불신과 불안감은 더 커지게 됐다.
정부의 가장 큰 실책 중 하나는 ‘고등어·삼겹살 구이 논란’이었다. 지난 5월 23일 환경부는 밀폐된 공간에서 고등어를 구울 경우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기준(공기 1㎥당 90㎍)의 25배에 이르는 2290㎍의 초미세먼지가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삼겹살은 1360㎍/㎥, 달걀부침은 1130㎍/㎥, 볶음밥은 183㎍/㎥의 미세먼지가 발생했다고도 설명했다.
대중은 정부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날아온 악성 중금속과 산업 폐기물, 각종 화학 성분이 가장 큰 문제임에도 이 점에 대한 지적은 전혀 없이 애꿎은 생선과 육류 탓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실책 때문에 피해를 본 것은 결국 국민이었다. 환경부가 고등어를 미세먼지 유발의 ‘원흉’으로 지적한 이후 고등어 가격은 떨어졌다. 어획량이 많아졌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진 점도 있지만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고등어 가격이 떨어졌다는 해석이 있다.
산업적 측면으로 보면 자동차 시장의 타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세먼지를 유발시키는 요소 중의 하나가 디젤 연료(경유)의 연소로 생긴 질소산화물로 밝혀지면서 디젤 자동차의 소비가 줄어들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디젤을 연료로 쓰는 차는 대부분 스포츠형 다목적 자동차(SUV)나 승합차, 상용차 등 덩치가 큰 차들이다. 일반 가솔린 승용차보다 디젤 자동차의 가격이 좀 더 비싸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도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디젤차의 소비가 줄어들 경우 자동차 업체는 수익성 측면에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대안이 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차는 여전히 높은 가격과 인프라 부족 등으로 판매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적다는 점도 문제다.
산업계가 미세먼지 파동을 더욱 우려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마땅히 쓸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점에 있다.
산업계 곳곳에서는 정부의 엉뚱한 환경 정책 기조 때문에 산업계가 모든 피해를 뒤집어 쓸 위기에 놓였다며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문제의 진짜 발생 원인은 물론 본질도 파악하지 못하고서 시류와 반대되는 정책만 내놓다 보니 오늘의 사달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09년 경유를 ‘친환경 연료’로 지정하면서 디젤차 보급을 적극 장려했다. 아울러 2012년부터는 민간 화력발전소의 설립을 허용하면서 전국의 화력발전소 숫자를 50여개 이상으로 늘렸다. 모두 세계적 트렌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책들이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전문가나 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듣지 않고 정책을 수립한 결과 이런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며 “현재의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이해관계자 모두가 슬기롭게 대안을 모색해 조속히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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