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바이 싱글' 김혜수 인터뷰 김혜수, 영화 속 진심에 집중사회적 편견에 유쾌한 하이킥
타인의 시선이나 편견에 괘념하지 않고 소신을 드러내는가 하면, 늘 당당한 걸음걸이와 에티튜드는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로 꼽힐 만큼 멋지다. 그녀의 화려한 몸매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몸매로 회자되는 김혜수의 가치가 안타까울 만큼 그녀의 언행은 아름답다.
‘굿바이 싱글’은 ‘1999, 면회’(2013)의 연출과 각본을 담당하고 ‘족구왕’(2014)의 각본과 제작을 담당한 김태곤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굿바이 싱글’은 제작 초기 ‘가족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서 김태곤 감독이 펜을 쥐게 되었고 이후 각색 과정을 여러차례 거치며 지금의 제목이 탄생했다. 또 그 과정에서 김혜수가 주연이 되었다. 영화 속 주연이자 극 중 주연이기도 하다.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은 톱스타 독거 싱글 주연이 본격적인 내 편 만들기에 돌입하며 벌어진 레전드급 대국민 임신 스캔들을 그린 작품이다. 김혜수는 극중 톱스타 주연으로 분한다.
김혜수는 ‘타짜’(2006), ‘도둑들’(2012), ‘관상’(2013) 등 다수의 영화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대한민국 톱 여배우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은 배우다. 그런 그녀가 ‘굿바이 싱글’에 주연으로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를 본 기자는 김혜수가 왜 ‘굿바이 싱글’을 선택했는지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주연이 김혜수였기에 더 반가웠다.
◆ 김혜수, ‘굿바이 싱글’ 주연 변신
개봉을 앞두고 만난 김혜수는 밝은 표정으로 기자를 반겼다. 이는 영화에 대한 자신감으로 읽혔다. 그녀는 작품에 대해 부담없이 이야기하면서도 가감없이 자신의 생각을 전하며 관객에게 진심이 닿기를 바랐다. 그렇게 김혜수와의 유쾌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김혜수는 영화를 본 소감으로 인사를 전했다.
“이야기의 진심이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어요. 스토리를 따라가며 보는 과정에서 진심의 포인트를 공감해주실까. 관객에게 잘 전달될까 하는 궁금증이 컸어요. 다행히 시사회 분위기가 좋아서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껴주실 거라는 바람이 크지요.”
극중 주연은 내 편을 만들기 위해 분투한다. 화려한 삶을 사는 군중 속에 놓인 여배우지만 주연은 진짜 내 편을 찾지 못해 상심한다. 그리고 더 늦기전에 내편을 찾아나서겠다고 다짐한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주연의 감정에 크게 공감했어요. 저도 주연이 느끼는 감정을 느끼는 경험을 하고 있었을 때였죠. 그래서 ‘굿바이 싱글’이 운명적으로 느껴졌죠. 우리는 모두 드러나지 않지만 많은 일들을 겪고 살아요. 어떤 계기가 생기는 거죠. 제게도 정말 친한 친구들이 있어요. 그들이 내 편이라고 생각하며 살고있죠. 어찌보면 가족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위로가 되는 존재들이에요. 그런 감정을 크게 음미하고 있을 때 만난 영화라 전해지는 진심이 크게 와닿았어요.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김혜수는 ‘굿바이 싱글’이 전하는 공감에 집중했다. 실제 영화 속 주연이 느끼는 고독은 많은 관객에게 공감대를 형성한다. 어떤 지점이 김혜수를 영화로 더 강렬하게 끌어냈을까.
“코미디라는 장르 때문에 선택한 것은 아니었어요. 이야기와 캐릭터에 배우로서 매혹되어야 하죠. ‘굿바이 싱글’은 저를 매혹하기 충분했어요. 극중 주연에 배우라는 설정이 있지만 주연을 통해 인간의 모습이 보여지죠. 배우라는 특수성 안에 보편적으로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담았다는 점이 가장 좋았어요. 결국 우리가 살아가며 갈망하는 우리들의 이야기인 것이죠.”
◆ 공감에 집중한 코미디
김혜수는 어찌보면 전형적일 수 있는 ‘굿바이 싱글’의 이야기를 통해 거부감 없이 유쾌한 공감을 전하는데 집중했다. 코미디 장르에 기반했지만 공감에 더 무게를 뒀다. 이는 ‘굿바이 싱글’만의 장점을 살아나게 했다.
“코미디라는 형식을 취한 것은 이야기를 유쾌하게 전개하면서 진심이 스며들도록 하자는 것에 동의했기에 차용한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쉬이 드라마로 풀어갈 수도 있었겠죠. 단순히 웃음을 주자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어요. 만약 그랬다면 마동석 배우가 가진 캐릭터를 십분 활용해 장점을 극대화 했을거에요. 이야기가 주는 진심이 포인트였죠. 무겁지 않게 진심을 관객에게 잘 전하고자 했죠.”
코미디 장르의 영화가 여중생 임신을 소재로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감독 뿐만 아니라 배우 입장에서도 적지 않은 고민으로 다가왔을 터다. 김혜수는 김태곤 감독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이 부분이 위험요소로 작용하지 않도록 톤을 조정했다.
“극중 여중생 임산부인 단지(김현수 분) 설정이 혹여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했죠.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이는 현재 우리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죠. 고주연은 화려하고 번듯한 사람으로 보여지지만 결핍 덩어리에요. 대외적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며 미성숙한 사람이죠. 단지는 철이 없어도 되고 꿈이 백번도 더 바뀌어도 되는 나이지만 환경적으로 철이 들어야만 하는 학생이잖아요. 보호자의 부재로 현실에 강요당하는. 가족에게도 사회적으로도 보호받지 못하는 결핍이 과잉된 아이죠. 사회적으로 봤을 때 소수자, 약자의 입장인 것이에요.”
◆ 약자 보듬고 편견에 하이킥
‘굿바이 싱글’은 무난한 방식으로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기발한 특수효과나 특별한 방식은 없다. 김혜수의 말처럼 영화는 공감에 기반한 진정성에 집중한다. 김혜수는 더 깊은 이야기를 털어놨다.
“시나리오를 보며 반짝이는 진심을 봤어요. 여성의 연대 문제, 사회적 편견 등이 영화에 깃들어 있어요.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내포하고 있는 것이지요. 늘 우리 저변에 있는 문제에요. 문제에 봉착하지 않아도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 혹은 그 이상은 어떤 시점일지 모르겠지만 그 입장이 되는 순간이 와요. 결국은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할 수 있는 인간적인 갈망에 대한 이야기에요. 우리 이야기를 한 것이죠.”
김혜수는 진심에 대해 연거푸 말했다. 그녀의 요즘 화두 역시 진심, 진정성이라고 했다. 물으니 김혜수는 잠시 생각을 머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진심에 대한 부분이에요. 제대로 느끼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진실되게 살았으면 좋겠고요. 나이와 생각이 정비례하는게 아닐 수도 있죠. 인간 김혜수한테도 소중한 것이죠. 진심 만큼 소중한 자산이 없다고 생각해요. 영화나 드라마 속 배역을 연기하며 어떤 일을 겪고 어떻게 변화하느냐를 보여야 하는게 제 일이잖아요. 진심의 교차를 잘 연기해야 하는데 제대로 전달되는 순간이 있어요.”
수많은 여성들이 김혜수를 롤모델로 꼽는 것에 대해 묻자 그녀는 손사례를 치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작품의 배역으로 어필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고맙습니다. 주로 역할로 다가갈 뿐이죠. 그렇지 않으면 인터뷰나 제작보고회 등 정제된 모습만 보여지는 것이에요. 어떻게 사람이 매번 당당할 수 있을까요. 제가 가지고 있는 부분 중 한 부분이고 무언가 몰두해서 할 뿐이죠. 실제 저를 알면 롤모델에 대한 생각은 접을 가능성이 커요.(웃음)”
김혜수는 재치 있는 답변으로 인터뷰 현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이 마저도 겸손이 읽히는 대목이었다. 이토록 매력적인 김혜수의 ‘굿바이 싱글’은 언제가 될까. 이를 물으니 김혜수는 뜻밖의 답변으로 경종을 울렸다. 대중과 취재진의 편견에 하이킥을 날리며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싱글이면 또 어때요?(웃음) 싱글이 아니면 더 좋겠죠. 그렇지만 싱글인 사람들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지 않을까요? 원하지만 안 하는게 아니라 못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요. 영화에서 주연이 현수를 가리키며 ‘배만 달라요. 우리애도 똑같고 배만 달라요’하는 대사가 나와요. 또 주연은 ‘무슨 사정이 있겠죠’ 라고도 하는데 그 대사가 정말 공감되었어요. 하지만 주연은 현수에게 끝까지 사정에 대해 묻지 않죠. 인생에 있어서 의지에 따른 선택도 있고 어쩔 수 없는 선택도 있어요. 거기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질타를 하기 전에 어떤 사정이 있겠지 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생략할 때가 많죠. 저도 연예인이고 오래 연기 생활을 했죠. 제 생활에 대해 누가 알까요. 물론 다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죠. 그렇지만 편견을 갖기 전에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씩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가져보면 어떨까요.”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ssmoly6@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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