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시장 성숙도 우간다보다 낮아해마다 쏟아지는 CEO 낙하산 원인 지적경영성과 보단 靑·政 인맥이 더 중요보신주의·관치금융 조장 부실도 확대
한국은 금융시장의 성숙도 평가에서 지난해 보다 7단계 상승한 80위를 올랐지만, 우간다는 이보다 높은 77위를 차지했다. 국내 금융시장의 ‘대출 용이성’(92위), ‘벤처자본의 이용 가능성’(76위), ‘은행 건전성’(102위), ‘증권거래 관련 규제’(71위) 등 대부분의 세부평가 지표 역시 작년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내 금융업의 경쟁력이 낮은 평가를 받는 원인은 무엇일까. 금융권 내외부에서는 이러한 원인을 ‘낙하산 인사’에서 찾고 있다. 낙하산 인사가 금융사의 보신주의와 관치금융을 조장하고, 부실을 확대한다는 지적이다.
◇CEO자리 윗선과의 인맥이 결정
일반적으로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연임은 CEO의 경영성과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국내 금융업의 경우 경영성과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윗선의 인맥’이다. 소위 금융사 CEO로 가려면 정치권이나 청와대와 인맥 등 소위 ‘빽’에 의해 좌우된다.
더민주당 채이배 의원은 최근 국내 금융사 CEO 119명의 연임 여부와 경영성과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기업은 공기업과 은행, 금융투자회사, 여신전문금융회사 등과의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금융공기업을 비롯한 은행 및 증권사, 카드사 등 대부분의 금융사 CEO는 경영성과와 관계없이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는 결론이다. 이는 국내 금융사의 CEO자리가 낙하산에 좌지우지 된다는 사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채 의원은 “국내 금융사의 CEO 연임과 경영성과 간의 상관관계 확인이 어려웠다”며 “금융사 CEO 연임이 낙하산이나 지배주주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사람 심고 사욕 채우기 급급
경영성과나 능력과 상관없이 선임된 금융사 CEO들은 금융사 경영에도 문제를 들어내고 있다.
이들은 금융사의 내분을 일으키는가 하면 사욕을 채우기 위해 또 다른 낙하산 인사를 단행하고, 자회사를 압박해 부실 투자를 야기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며 국내 금융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낙하산 행장들의 비리로 얼룩진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사태’ 이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사태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회사관리 부실로 세계 1위 수준의 조선사가 부실화된 사건이다.
이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산업은행에 낙하산으로 선임된 홍기택 전 행장이 낙하산 인사의 폐단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홍기택 전 행장은 교수 출신으로 은행 실무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산업은행장으로 선임됐고 이후 조직 장악에 실패하며 허수아비 행장으로 전락했다. 이는 산업은행의 조직기강 해이와 함께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관리 부실을 방치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능력 및 인성에 대한 검증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업 낙하산 인사의 가장 큰 단점은 능력이 검증되지도 않은 인사가 수장으로 자리하게 되는 것”이라며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처럼 실무경험이 전혀 없는 인사 전권을 휘두를 경우 금융사는 물론 이와 연관된 기업마저 부실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장이 무능력을 보이는 사이 산업은행 임직원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편입된 수많은 자회사에 낙하산으로 내려가는 또 다른 폐단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에 따르면 지난 8년간 산업은행의 퇴직임직원이 자회사로 재취업한 규모가 115명에 달했다.
◇금융 공기관은 낙하산 천국
최근 박근혜 정부 4년간 204명의 낙하산 인사가 금융권에 재취업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낙하산 인사들은 새누리당 출신부터 대선캠프 참가자, 청와대 근무자 등 정치권 출신은 물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인사, 심지어 감사원, 법원, 국무조정실 등 다양한 구성을 보였다.
낙하산 인사는 금융공기관이나 공공기관 지분보유 금융회사 등 정부의 입김이 강한 기관에서 유독 많이 발생했다. 금융공기관 및 공공기관 지분보유 금융회사 27곳의 전체 임원을 대상으로 분석한 올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현직 임원 255명 중 97명이 관피아, 정피아 출신의 낙하산 인사로 밝혀졌다. 이는 전체 임원의 약 40%가 낙하산임을 뜻한다.
이 가운데 임원 대비 낙하산 인사 비중이 50% 이상인 기관도 9곳이 달했다. 특히 기업은행 및 기업은행 계열 금융기관의 낙하산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의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로는 새누리당 대선캠프 출신인 이수룡 감사, 한나라당 대표 특보 및 강원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조용 이사, 뉴라이트 싱크넷 성효용 이사 등이 재직하고 있다.
기업은행 계열 금융기관에는 자유총연맹 중앙회 방형린 이사가 IBK캐피탈에 감사위원으로, 새누리당 중앙당의 송석구 부대변인이 IBK저축은행의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이밖에 신용보증기금과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낙하산 비중도 각각 64%와 63%를 기록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민간 금융사 보다 금융공기업의 낙하산에 대해 더욱 경계가 필요하다”며 “이들이 부실화 될 경우 결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들을 살리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뉴스웨이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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