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자살은 어느 한 사람만의 비극이 아닙니다. 유가족을 포함해 생전에 가까웠던 이들 역시 ‘남은 자’로서 고통을 받게 되지요. 한 명이 자살에 이르는 데는 사회 구조가 만든 복합적인 원인이 있기 마련. ‘자살 사별자’(Suicide Survivor)의 아픔을 공유하고 치유하는 것 또한 우리 모두의 몫이 돼야 합니다.
이는 한 ‘자살 사별자’(Suicide Survivor) 인터뷰 중 일부입니다. 자살 사별자는 말 그대로 가족, 친구 등 가까운 이를 자살로 잃게 된 사람을 뜻합니다.
지난 9월 발표된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5년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수는 26.5명. OECD 가입국 평균인 12명의 두 배를 넘는 수치로, 한국은 무려 12년째 OECD 자살률 1위국의 불명예를 이어가고 있지요.
더 큰 문제는 자살 그 이후입니다. WHO에 따르면 자살자 1명은 평균 5~10명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연간 국내 자살자수가 15,000명임을 감안하면 자살 사별자 또한 매년 약 10만 명이 새로 발생하는 셈입니다.
유가족은 물론 생전에 가까웠던 지인 누구나 자살 사별자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인데요. 사랑하는 이를 잃는 건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슬픔 중 하나. 안타깝게도 자살 사별자의 감정은 여기서 몇 걸음 더 나아갑니다.
이들은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다는 상실감에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래야만 했나’ 같은 원망 등이 더해진 복합적인 고통을 겪습니다. 자칫 헤어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감정의 수렁에 빠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중앙심리부검센터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살 사별자의 77.5%가 우울 증세를 보였습니다. 조사대상 4명 중 1명은 매우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있기도 했지요.
이렇듯 자살 사별자가 느끼는 고통은 혼자 짊어지기엔 지나치게 무거운 수준. 한국자살예방협회 오강섭 회장은 “현대사회의 자살이 개인적 문제가 아닌 만큼 유가족 치유를 위한 사회·제도적인 다양한 채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영국의 경우 이 같은 장치들이 잘 마련된 편입니다. 국비 펀딩 및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사별자 자조모임이 58개나 있지요. 전화상담, 로컬 그룹미팅, 컨퍼런스 등 여러 가지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일본에선 2001년 유가족이 자신들의 아픔을 수기집과 TV로 밝혀 자살 사별자에 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된 바 있습니다. 이는 전사회적인 자살예방대책 시행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지역별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중심으로 심리부검과 자조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 중입니다. 하지만 ‘자살은 숨겨야 한다’는 사회적 관념의 벽이 아직까지는 높은 상태.
어느 한쪽만 앞서간다고 바뀌는 건 아닙니다. 밖으로 나와도, 털어놔도, 기억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곳곳에 스며들려면, 자살 사별에 대한 공감 확대를 바탕으로 각 주체들 간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겠지요.
자살 사별의 아픔, 이를 나누는 건 우리 모두의 몫.
이제, 당신의 마음을 치유할 때입니다.
뉴스웨이 이성인 기자
si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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