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디플레 걱정-가계는 고물가에 신음현정부 4년간 2% 못 넘긴 소비자물가5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장바구니 물가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과 비교해 1% 상승했다. 2013년부터 2%대를 넘긴 적은 한 번도 없다. 2015년에는 0.7%로 역대 최저치였다.
체감물가는 이와 반대다. 서민생활 필수품으로 소위 ‘장바구니 물가’라 불리는 제품들이 지난해 말부터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무·당근 등의 가격은 평년 수준의 2배로 뛰었다. AI에 따른 계란가격은 물론 탄핵정국 속에서 라면·과자, 소주·맥주 등 주류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정부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가계는 고물가에 신음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식료품·비주류음료, 음식·숙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28.4%다. 가계가 한 달에 100만원을 소비할 때 장을 보거나 외식하는 비용이 30만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통계청은 460개 상품 및 서비스를 선정해 각 품목의 소비비중에 따라 1000분비로 가중치를 산정한다. 예를 들어 전·월세와 공공요금의 가중치는 170.2지만 30개 품목의 채소·해조는 16.7이다. 이 중 무의 가중치는 0.6에 불과하다. 일부 채소 가격이 두 배 넘게 올라도 물가지수가 거의 변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정부는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소비자물가 이외에 채소·과일·생선 등 가격변동이 높은 50개 품목만 묶어 작성한 신선식품지수, 가계의 주요 12대 지출 목적별로 분류한 지수 등 보조지표를 같이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신선식품지수는 6.5%로 2010년 이후 최고치였고, 농축수산물 가격 역시 3.8% 인상돼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그나마 체감물가를 대변해 줬다.
그러나 정작 정책결정에 주요하게 작용하는 지표는 1%대에 머물러 있는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다. 보조지표는 가격변동성이 큰 제품에 대한 반영이 늦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공급물량 확대 등의 유연한 대처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지난해부터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 간 괴리감이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201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아래로 떨어지자 정부가 ‘디플레 파이터’를 자처한 게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률 가중치 적용이 현재 산업변화나 소비구조를 제때 반영하고 있지 못해 현실적인 물가지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정기개편 기간은 5년으로 지난해 2010년에서 2015년으로 변경됐다.
임희정 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변화와 소비 트렌드에 대한 반영이 늦어 체감물가와 괴리감이 존재한다”며 “보조지표를 적극 활용하고, 필요시 새로운 지표를 추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민들이 물가지표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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