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영업이익 5조원대로영업이익률 5년 연속 하락세업계불황·보호무역 위기 지속고착화된 시스템 혁신 나서야
현대차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마음껏 웃지 못했다. 큰형인 현대차의 실적이 시원찮은 가운데 그 여파로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의 실적도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판매 485만7933대, 매출액 93조6490억원, 영업이익 5조1935억원, 당기순이익 5조7197억원의 실적을 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18.3% 감소한 수준이다.
현대차 영업이익은 4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6년만에 5조원대로 떨어졌다. 영업이익률도 5년 연속 하락세다. 2011년 10.3%에서 2012년 10.0%, 2013년 9.5%, 2014년 8.5%, 2015년 6.9%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5.5%에 불과했다.
현대차의 부진은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모비스는 매출액 38조2617억원, 영업이익 2조9047억원, 당기순이익 3조47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6.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 감소했다. 고사양 차종에 대한 부품 공급 증가 등으로 매출이 증가했지만 파업 여파로 손익은 소폭 감소했다.
현대차그룹 삼형제 가운데 기아차만 유일하게 전년 대비 성장세를 기록했다. 기아차 지난해 실적은 판매 301만8093대, 매출액 52조7129억원, 영업이익 2조4615억원, 당기순이익 2조7546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4%, 4.6% 증가했다. 하지만 기아차도 판매대수는 전년대비 1.0% 줄어들면서 판매량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저성장 지속, 업체간 판촉 경쟁 격화, 노조 파업으로 인한 장기간의 생산 차질, 신흥국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다소 둔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상황은 올해도 나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오히려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자동차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자동차 산업 경쟁 심화에 따라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럼에도 현대기아차는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를 지난해 목표보다 12만대 늘린 825만대로 제시했다. 현대차가 508만대, 기아차가 317만대로 잡았다. 현대차가 지난해보다 7만대, 기아차는 5만대 늘어난 규모다. 현대차의 내수 판매와 해외 판매 목표는 각각 68만3000대, 439만7000로 수립했다. 기아차는 내수 51만5000대, 수출 265만5000대가 목표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판매량은 목표였던 813만대에 25만대가 부족한 788만266대에 그쳤다. 판매량이 800만대 밑으로 내려간 것은 3년 만이다. 그럼에도 현대기아차가 올해 판매목표를 늘린 것은 위기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강하게 하기 위해서다.
가장 먼저 허리띠를 졸라맸다. 지난달 현대기아차는 과장급 이상 간부 사원에게 메일을 통해 올해 임금 동결 소식을 전했다. 사측은 메일에서 “경기 침체, 판매 부진, 영업이익 하락 등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임원 연봉 10%를 자진 삭감하고 경비를 절감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지만 추가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51개 계열사 소속 전체 임원 1000여명은 지난해 10월부터 급여 10%를 자진삭감 했다.
현대차그룹 임원의 급여 삭감과 직원의 임금동결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8년 만이다. 당시 금융위기 여파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노사가 기본급 동결에 합의한 바 있다. 앞서 2006년에도 간부사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본급 동결을 결정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1곳의 미국 공장을 가동 중이지만 이미 최대로 가동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할 경우 현지에 추가적인 공장 증설이 불가피하다. 최근 현대차는 향후 5년간 미국에 31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내수 시장에서의 혁신도 절실한 상황이다. 수입차 시장의 확대 영향도 있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와 비교해도 하락폭이 두드러진다. 지난 1월 국내 완성차 5사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만 하락세를 보였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1월 내수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9.5%, 9.1% 감소한 4만5100대, 3만5012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현대차의 내수 부진 극복을 위해 올해 대대적인 신차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오랜 시간 국내시장을 독식해오면서 몸에 밴 관행을 깨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고착화된 판매 구조와 인력 구조, 차량 기술력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내수 반등은 어려울 수 있다.
일례로 자동차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이를 주도하는 것은 업계 선두인 현대기아차가 아닌 하위권 업체인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다. 현대기아차가 시장 흐름의 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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