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경기지수 90 기록··· 기준치 이하내수 침체 장기화 가능성 더욱 높아져중국인 관광객 급감 등 대외 변수까지 소비심리 악화일로 5월 황금연휴 기대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 및 6대 광역시 1000여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를 조사한 결과 90으로 집계됐다. 소매유통업경기는 2년 연속 기준치를 밑돌았다.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유통업체들이 체감하는 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지수가 100을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보다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이고 100미만이면 반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이사, 입학, 관광 시즌인 2분기에는 내수소비가 늘기 때문에 긍정적 경기전망이 고개를 든다”며 “올해는 사드보복으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국내외 정세불안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인해 유통업계 분위기가 어둡다”고 말했다.
업태별로는 유통업종 가운데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소비와 밀접한 백화점(90), 대형마트(82), 슈퍼마켓(88), 편의점(82) 등의 경기가 눈에 띄게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터넷쇼핑몰과 홈쇼핑경기는 호전될 것으로 예상됐다.
인터넷쇼핑(105)은 육류,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 판매확장에 힘입어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인터넷쇼핑몰 업체들은 신선식품 판매를 위한 물류·배송시스템과 자체브랜드를 구축해놓은 상태라 올해 본격적인 성과를 거둘 예정이다.
홈쇼핑의 2분기 경기전망치는 1분기와 같은 104를 기록했다. 업체별 단독(자체)브랜드 판매가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인 가구수 증가에 맞춰 도입중인 무인택배, 여성안심 배송서비스 등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백화점은 90을 기록해 부정적인 전망이 앞섰다. 이 관계자는 “백화점들은 봄맞이 대규모 정기세일을 시작했지만 고객들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며 “사드배치가 마무리되는 5~7월까지는 중국인 방문객 증가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 백화점들의 봄 정기세일 성적표는 기대 이하였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진행한 봄 정기세일 기간에 매출이 작년 대비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며 역대 최대 규모 세일을 진행했는데도 닫힌 지갑은 열리지 않았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작년보다 2.1% 줄어든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강남점 증축, 대구신세계점 등의 오픈 효과로 매출이 11.8% 증가했다.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이유는 인터넷 쇼핑몰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외 유명 브랜드 의류와 온라인 편집숍 상품들이 온라인 시장에 대거 진출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또 장기불황으로 소비심리마저 위축된 데다, 중국 관광객 감소와 미세먼지 등 외부적인 변수 요인까지 겹치면서 내수 회복 기대감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마트는 전분기(79) 대비 3포인트 오른 82을 기록했으나 기준치를 넘지 못했다. 온라인 시장과의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마트를 방문하는 고객이 감소하는 등 부진한 업계상황이 반영됐다.
업체들은 신규점포 출점 계획을 미루거나, 기존매장을 축소하는 추세여서 당분간 성장 동력을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슈퍼마켓(88)과 편의점(82) 전망도 기준치를 크게 하회했다. 다만 음료, 아이스크림 등 시즌상품 매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전망치는 전분기 대비 소폭 상승했다.
2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으로 유통기업들은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매출부진(49.5%)', '업태간 경쟁 격화(15.5%)', '업태 내 경쟁 심화(10.5%)'등을 꼽았다.
경영애로 요인으로는 수익성 하락(47.5%)이 가장 많았다. 수익성 하락은 1분기(42.6%)보다 4.9%p 늘어났다. 이어 인력부족(13.7%), 유통관련 규제강화(9.6%), 자금사정 악화(8.3%)' 순이었다.
서덕호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5월 대선, 징검다리 연휴를 전후로 국내 소비심리의 변화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업계는 소비를 유인할 수 있는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대응하고, 정부는 사드 영향 최소화와 더불어 소비심리 회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 툴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도 유통업체들은 5월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노동자의 날(5월1일)과 석간탄신일(5월3일),어린이날(5월5일) 대통령선거(5월9일) 연휴가 몰려있어 소비지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5월은 통상 연중 소비가 가장 활발하게 나타나는 기간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기념일이 몰려있어 선물구입이 많은데다, 올해는 최장 11일의 황금연휴도 가능해 여행 등 소비지출이 대폭 증가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민 50%인 2500만명이 하루를 쉰다고 가정하고 1인당 평균 소비지출액인 7만9600만원을 곱하면 1조99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해외여행 등 외부로 빠져나가는 부가가치를 제외하면 1조3100억원의 내수 진작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됐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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