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화두’, 선진국과 2년 기술 격차선도국 금융위기부터 준비, 국내는 ‘걸음마’ 수준과잉규제가 ‘원인’, 투자활성화 등 강력 지원책 ‘절실’
10일 산업연구원과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주력 산업인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의 성장세 둔화가 뚜렷한 가운데 차기 주력 분야로 거론되는 산업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2006~2011년 3.9%에서 2011~2015년 -0.5%로 떨어졌다. 조선산업은 공급 과잉 등의 영향으로 같은 기간 연평균 성장률이 8.1%에서 -5.9%로 내려 앉았고 석유화학도 3.2%에서 -0.4%로, 철강은 7.2%에서 0.4%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전통 주력 산업이 주저앉고 있지만 차기 주력분야로 거론되는 산업은 찾기 어렵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분야는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 분야의 경우 국내와 글로벌 선도국과의 기술 격차는 2년 이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의 경우 글로벌 선진국에서 정부 차원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데이터 공유 등을 장려하며 도입이 활발한 상태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인공지능 관련 특허도 글로벌 선도국과 비교하면 열세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인공지능 기술의 특허 경쟁력과 기술-산업 연관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76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의 인공지능 기술 특허 건수는 9171건으로 한국(197건) 대비 47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위인 일본은 1965건으로 약 10배, 3위인 독일은 446건으로 약 2.3배 많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우리나라가 아직 걸음마 단계를 못 벗어난 이유 중 하나로는 과잉 규제가 원인으로 꼽힌다. 칸막이 규제를 없애겠다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들 신산업에 대한 규제완화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기존 법률 체계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산업 활성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꼽히는 데이터에 대한 규제도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생활 침해 우려 등과 얽혀 데이터 규제와 관련된 사회적 논의가 제자리 걸음만 반복했다.
이종 산업 간 데이터 결합도 법률 개정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이종 산업 간 데이터 결합이 가능토록 법률 개정을 추진했지만 국회에서 표류됐다.
미국의 경우 민간과 정부가 함께 첨단 제조 프로그램, 제조혁신네트워크를 2010년대 이미 출범시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왔다. 유럽의 경우 유럽산업 디지털화 전략 중 하나로 4차 산업혁명을 국가 전략으로 명시했으며 일본은 지난 2015년 일본재흥전략 개정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직접적으로 언급, 기술 혁신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대비 수준은 글로벌 국가들과 비교해 열세다. 글로벌 금융기업 UBS가 지난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가별 대비 현황을 분석, 평가한 결과 스위스, 싱가포르, 네덜란드, 핀란드, 미국이 상위 5개국에 포함됐다. 자칭 IT 강국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우리나라는 25위에 불과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OECD 29개국의 지능정보 사회 준비도를 분석한 결과 인적역량과 시장 준비도는 각각 17, 18위로 중위권이지만 제도기반은 21위로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특히 노동시장 효율성, 법체계의 효율성 측면에서 각각 24위, 21위를 기록해 규제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포지티브 규제는 허용되는 것 이외에 모든 것이 금지되는 방식으로 국내에서 활용되는 규제다. 네거티브 규제는 금지하는 것 이외에 모든 것을 허용하는 규제 방식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신기술이 쏟아지며 산업 현장에 변화가 일어나는 만큼 국내 규제 환경도 이에 발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지난 3월 말 발간한 ‘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사회의 정책과제 100선’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지능정보화 사회에서는 시간을 다퉈 첨단 신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더 획기적인 신기술의 개발은 국가의 경쟁력”이라며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바뀔 때 변화와 혁신이 시작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 기술 인재 부족과 유출도 문제로 꼽힌다.
한 O2O 업계 관계자는 “일정 수준 이상 자리 잡은 중견 규모의 벤처업체들의 경우 사내 복지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인재 유출 방지와 인재 영입을 위한 조치”라며 “좋은 인재들은 국내 보단 해외 기업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다양한 사내 복지 정책 등 당근책을 펼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이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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