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 토요일

  • 서울 11℃

  • 인천 11℃

  • 백령 9℃

  • 춘천 11℃

  • 강릉 7℃

  • 청주 12℃

  • 수원 11℃

  • 안동 11℃

  • 울릉도 8℃

  • 독도 8℃

  • 대전 13℃

  • 전주 12℃

  • 광주 12℃

  • 목포 11℃

  • 여수 11℃

  • 대구 12℃

  • 울산 11℃

  • 창원 14℃

  • 부산 12℃

  • 제주 14℃

국민에 피해 주는 官製 구조조정, 이제 그만

[문재인시대, 기업이 답이다]국민에 피해 주는 官製 구조조정, 이제 그만

등록 2017.05.11 08:06

정백현

  기자

공유

과거 정부 官 주도 구조조정은 실패 연속‘이해관계자 중심 구조조정’ 文 정책 기대政, 구조조정 정책 후방 지원만 전념해야

지난 9일 진행된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운데 산업계와 금융계 안팎에서 새 정부가 구조조정 정책 기조를 관제(官製) 기반 구조조정에서 민간 중심의 구조조정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의견으로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데 그쳤다. 문 대통령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기업 대주주와 근로자, 근로자의 가족, 협력·하청업체, 지역경제 관계자 등과 두루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와 시장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정책이나 최근 민간 중심의 구조조정 전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정책 등과 비교하면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입장을 톺아보면 구조조정 계획 수립 과정에서 시장 안팎의 이해관계자들과 면밀히 소통해서 계획을 짜겠다는 쪽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당국과 정책금융기관 중심으로 기획된 과거 정부의 구조조정 방식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 안팎에서는 금융당국과 정책금융기관 중심으로 진행된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 업황 예측과 향후 고용 변동 사항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원칙 없는 계산 기준을 앞세워 거액의 공적자금만 댔다가 구조조정에 실패한 사례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의 상징처럼 언급되는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이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 3사의 수주 전망이 장기적으로 어두웠던 전망 속에도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해 총 7조1000억원의 혈세를 투입했다.

대우조선해양 살리기 작업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최근에 투입된 것만 7조1000억원이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1999년 옛 대우중공업 시절에도 기업 회생 과정에서 2조9000억원이라는 막대한 공적자금이 흘러간 바 있다.

단일 기업이 정부로부터 무려 10조원 이상의 혈세를 받고도 살아나지 못한 것은 구조조정 계획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구조조정 계획과 진행 과정에서 중재자이자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중에도 회사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회계 부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산은의 최대주주가 정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구조조정을 관장해야 할 정부가 거대 조선사의 부실을 가만히 보고만 있던 셈이 된다.

더구나 2015년 4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 고위 관료들이 대우조선해양의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것을 알면서도 밀실회의(서별관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이를 혈세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에 일방적으로 떠넘겼다는 사실에 국민은 분노했다.

물론 그동안의 지속적 노력 덕에 대우조선해양은 쓰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부실에 허우적대는 동안 대우조선해양과 연계된 수많은 국민들은 막대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수많은 근로자들이 정든 회사를 떠나야 했고 일터에 사람이 줄어들면서 사업장이 위치한 경남 거제시 일대 경제는 마비됐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의 회계 부실이 폭로된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주가가 대폭락하면서 주주들 역시 막대한 손실을 안고 말았다.

정부의 엉뚱한 구조조정 계획 논리로 구조조정이 실패한 곳은 대우조선해양 말고도 또 있다. 한때 국내 해운업계 1위이자 세계 해운업계 4위 자리를 지켰던 한진해운이다.

한진해운은 해운업 불황과 국내 선사들의 연쇄 도산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을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유동성 위기로 불안한 항해를 하면서도 현대상선보다 경영 상황이 나았다. 그러나 공적자금이 분명히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는 한진해운을 끝내 외면하고 말았다.

당국은 대우조선해양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퍼주면서도 한진해운에는 ‘주인이 있는 회사’라는 이유를 들며 추가 지원을 거부하고 되레 청산을 꾀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한진해운은 정부의 철저한 무시 속에 쓰러졌고 한진해운에서 일하던 수많은 근로자들이 정든 일터를 떠나야 했다. 그리고 이는 한국 해운산업의 총체적 위기로 연결됐다.

이처럼 거듭된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실패 탓에 각계에서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더 이상 정부가 손대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거세다. 무엇보다 국민이 낸 혈세가 경제 선순환에 활용되지 않고 또다시 부실기업 살리기에 활용된다면 국민적 공분을 살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때문에 정부는 부실기업이 스스로 구조조정 계획을 짤 수 있도록 모든 권한을 주고 기업의 요청에 따라 지원에 나선 뒤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닥쳤을 경우에 한해서만 정부가 구조조정 추진의 조정자로서 나서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은 단일 기업의 생사는 물론 국가 경제의 거시적 생존 문제와도 연계된 문제인 만큼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새 정부는 근본적인 구조조정 정책 방향을 세울 때 구조조정 권한을 민간에 맡기게 하고 구조조정 해당 업종이 여러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도록 후방 지원에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서비스업 중심으로 개편하는데 사실상 실패했던 만큼 새 정부는 제조업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서 지속 가능한 성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