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창업자로부터 온 편지’는 한국 경제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대기업 창업자들부터 미래를 짊어진 스타트업 CEO까지를 고루 조망합니다. 이들의 삶과 철학이 현직 기업인은 물론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의 철강왕’ 청암(靑巖) 박태준 포스코 창업회장. 제철보국(製鐵報國)이란 기치 아래 양질을 철을 값싸게 보급, 우리나라 산업이 여기까지 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입니다.
물론 이를 가능케 한 포항제철(포스코의 전신)이 하루아침에 세워진 건 아닙니다. 육사 출신인 박 회장은 1963년 육군 소장으로 예편 후 경제인으로 변신, 1964년 대한중석(現 대구텍) 사장으로 임명됐는데요.
1년 만에 대한중석을 흑자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박태준 회장은 이 성과를 기반으로 ‘종합제철소 건설’이란 막중한 임무를 맡습니다.
“(박태준 회장에게) 고속도로는 내가 직접 감독할 테니, 종합제철은 임자가 맡아.” - 박정희 전 대통령. 1965년 6월 청와대에서
하지만 한국에서의 일관제철소 건설, 이견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세계적 전문기관과 제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무리라고 판단했지요. 지원을 약속하던 KISA(대한국제제철차관단)마저 부정적 평가를 내릴 정도.
절망적인 예상들이었지만 멈출 순 없었습니다. 박 회장은 일본으로부터 받은 배상금이 포항제철에 대규모 투입됐음을 강조했지요. ‘선조들의 핏값’임을 임직원에게 상기시키며,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신념으로 무장합니다.
“실패할 경우 우리 모두 우향우, 영일만에 투신해야 한다.” - 박태준 회장
그리고 이 같은 신념을 잃지 않기 위해 그는 업무의 모든 부분에서 ‘완벽’을 기했습니다. 허술한 점이 단 하나라도 보이면 전부 되돌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식.
1977년의 불량 콘크리트 폭파 사건은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포항3기 건설공사 도중 가볼트가 박힌 채 작업이 허술하게 진행된 걸 발견하고는 다 폭파하라고 지시한 것이지요.
“폭파하고 다시 해! 이렇게 불량하게 제철소를 지어 놓으면 쇳물이 제대로 나올 것 같아?” - 박태준 회장
이미 기초공사가 80% 이상 진척된 상황이었습니다. 그간 들인 비용과 시간을 감안하면 폭파는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요. 하지만 잘못 꿰어진 단추가 박태준 회장에게 타협의 대상이 될 순 없었습니다.
‘청탁 금지론’ 또한 그의 이런 스타일을 잘 드러냅니다. 당시 여당이던 공화당 실세들의 끊임없는 청탁을 모조리 거부한 가운데, 청와대 실세인 박종규 실장이 보내온 청탁 편지를 그 자리에서 찢어버린 일화는 특히 유명합니다. 제철소 건설에 누가 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건 모조리 차단했던 셈.
이 같은 완벽주의 성향이 일적인 면에서만 나타난 건 아닙니다. 박 회장은 직원들의 일생을 책임지겠다며 그들의 삶 하나하나 역시 꼼꼼히 챙겼지요.
대단위 주택단지 조성, 주택자금 장기 무이자 대여 등 포스코의 복지는 그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최고 수준의 각급 학교 및 장학 지원도 마찬가지. 내부승진 전통의 수립과 급여제도를 꾸준히 발전시킨 것도 그 일환입니다.
“포항과 광양을 시찰한 뒤, 종업원 복지시설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중략)··· 난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과 기업가 정신의 역할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던 편견을 수정해야 했다.” - 존 헤일리(John O. Haley, 미국 워싱턴대학교 법과대학 부학장)
박 회장은 “실패에서 배우는 게 바람직한 기업인”이라는 헤일리 부학장에게 “우리에겐 실패할 여유가 없다”고 털어놓은 바 있는데요. 모든 면에서 완벽주의자이길 마다하지 않았던 근원에 ‘실패 불가’란 사명감이 있었음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지요.
사명감이란 말이 낯설어진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행동들에 의미를 심어줄 신념 하나를 갖고 있다는 건, 성공 방정식의 여전한 한 종류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그에 상응한 의욕이 앞서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확고한 신념과 행동이 수반돼야 한다.” - 박태준 회장
당신의 신념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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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성인 기자
si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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