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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구글 과징금 부과···韓 망 사용료 논란 다시 불붙나

EU 구글 과징금 부과···韓 망 사용료 논란 다시 불붙나

등록 2017.06.28 16:07

김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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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불공정거래 혐의로 3조 이상 과징금국내 ICT업계, 해외 대형 경쟁사 안내면 ‘역차별’망 사용료, 통신비 인하·투자여력 도움 의견도

사진=픽사베이 제공사진=픽사베이 제공

유럽연합(EU)이 불공정거래 혐의로 구글에 24억유로 이상의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국내 진출한 해외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망 사용료 지불 논란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많은 비용을 내고 있는 국내 ICT기업들은 해외 대형 경쟁사들이 지불을 회피해 국내 기업 역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공정거래 당국도 지불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통업계에서는 망 사용료가 통신비 인하와 차세대 통신기술 투자 여력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타냈다.

28일 ICT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전날(현지시간) 온라인검색에서 장악력이 높은 구글이 자사의 쇼핑, 여행, 지역 검색서비스 등에 포함된 제품 정보를 눈에 띄게 표시하는 불공정거래 혐의를 조사한 결과 반독점법 위반을 결정짓고 과징금 24억2000만유로(약 3조734억원)를 부과했다. 인텔이 2009년 EU로부터 10억6000만유로를 받은 이후 가장 많은 과징금 규모다.

EU 결정에 국내 ICT업계와 공정거래 당국의 관심이 쏠린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해외 대형 ICT기업이 국내 통신망과 정보를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제대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점도 불공정하다는 국내 ICT업계 지적이 많은 까닭이다.

최근 벌어진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 간 망 사용료 갈등은 불공정 지적의 대표적 사례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2월 트래픽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SK브로드밴드에 주요 접속 콘텐츠를 임시 저장할 수 있는 캐시서버 설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양사는 현재까지 설치비용과 망 사용료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 했다.

국내 통신사들은 고용량 콘텐츠 수가 빠르게 불어나면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회선 증설이 불가피한데 통신망을 통해 부를 거두는 콘텐츠 사업자가 정당한 대가를 내지 않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국내 ICT기업들 역시 자신들은 매년 수백억원의 망 사용료를 내는 반면 해외 대형 경쟁사들은 적은 비용만 지불하거나 그것도 내지 않는 것은 ‘국내 기업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 간 문제에 대해 “한국기업과 해외기업 간 역차별 이슈는 이전부터 제기돼왔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정부나 해외기업들도 입장을 정하고 모두가 같은 스타트라인에 설 수 있어야 한다”고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지난 14일 취임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25일 언론매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 세금으로 네트워크를 깔았는데 아무런 비용도 지급하지 않고 정보를 싹쓸이하고 있다”며 “산업 차원의 문제도 있지만, 경쟁 당국 입장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한 신중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신비 인하 논란이 큰 이통업계에서는 구글, 페이스북처럼 트래픽을 높이는 거대 콘텐츠사업자들이 적절한 망 사용료를 낸다면 통신비 하락이나 5세대, 사물인터넷 등 차세대 통신기술 투자 여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트래픽 증가로 전송품질이 떨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콘텐츠사업자와 통신사업자가 통신망 구축에 투자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ICT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콘텐츠사업자 넷플릭스는 이미 2014년 통신사업자 컴캐스트와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통신망 구축비용 분담 협약을 맺었다. 이후 AT&T, 버라이즌 등에도 망 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충성 KT 상무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통신비 기본료 폐지, 무엇이 해답인가’ 토론회에서 콘텐츠사업자의 통신비 책임을 거론했다. 김 상무는 “통신산업은 다양한 사업자로 구성돼있다”며 “통신망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OTT 콘텐츠 사업자들도 통신비 인하 측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들이 갈수록 콘텐츠를 많이 이용하면서 데이터 비용을 많이 내고 있는 만큼 통신사들이 콘텐츠사업자들 덕분에 수익을 거둔다는 시각으로 망 사용료 문제를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제학과 교수는 “망 사용료 문제는 백화점에 많은 판매 수수료를 내는 비인기 브랜드와 손님이 많이 찾아와 적은 수수료를 내는 인기 브랜드 예시로 볼 수 있다”며 “이용자들이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을 이용하기 위해 많은 데이터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통신사들도 수익을 얻고 있다. 콘텐츠사업자들이 내지 않는 망 사용료를 일종의 고객 모집 마케팅 비용 대체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콘텐츠사업자와 통신사업자가 적절한 망 사용료 기준을 잡고 싶다면 정부는 개입하지 않고 시장에서 사업자들 간 합의를 거쳐 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김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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