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 성장론 전면화···여론 공감 획득엔 성공부자 증세로 일자리·서민 지원···부담은 기업 전가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100대 과제가 담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내놨다. 각종 정책과 계획이 제시된 가운데 핵심은 재원 확보 수단으로 고소득자와 대기업을 상대로 한 소득세·법인세 인상이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당정협의를 갖고 소득세·법인세 인상에 대한 원칙적인 공감대를 확인했다. 이들은 이 같은 내용을 구체화한 세법 개정안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저성장·양극화 극복과 상생협력에 기반 둔 포용성장 실현을 위해 세 부담 여력이 있는 초고소득자·초대기업에 최고세율 구간 인상이 타당하다는 입장이고 정부 역시 이에 동감을 표시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재계는 크게 반발하지는 않으면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일단 법인세 인상이 당장 세수증대 효과는 있을 수 있겠지만 재계의 동반성장과 일자리 창출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 확대를 주문했지만 실상은 상당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정책들만 내놓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일자리 창출과 복지정책에 소요되는 비용을 기업들에게 전가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재계를 상대로 투자요구를 압박한 것처럼 현 정부도 똑같은 수순을 밟고 있는 모습이다. ‘상생 협력’을 내세우며 재계를 설득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이제 일자리 창출 방안 혹은 비용을 반강제적으로 내놔야 하는 처지다. 세율 인상이라는 합법적인 방안을 택했지만 사실상 권위주의 정권 시절 기업 총수들을 불러들여 예산을 요구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미국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이 법인세를 낮춰 기업 활력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경제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최근 글로벌 추세에도 역행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흐름 속에 여러 국가들이 자국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법인세를 인하하거나 이를 검토 중이다. 특히 미국의 여당인 공화당에서는 현 35%인 법인세율을 20% 내외로 낮추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15%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을 계속해서 압박하는 드라이브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민간부문과의 합의와 협력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시장환경과 기업의 여건을 살피지 않는 정책은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며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급할수록 천천히 가는 것이 맞다”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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