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증세, 보유세 등 거세지는 증세압박···‘패싱’ 조짐까지나라빚 ‘갈수록 태산’···가계부책 대책 발표 9월 넘길 수도
문재인 정부는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로 김동연을 주축으로 한팀이 돼 일관된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라는 말이 무색하듯 최근 ‘패싱’(따돌리기)‘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으며 김동연 장관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세법개정안과 주택시장대책, 원전 및 전기료 정책 등 핵심 경제정책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정치권 출신의 일부 실세 장관들이 주도하면서 컨트롤타워가 작동 불능 상황에 빠진 것이다.
‘김동연 경제팀’은 출범하자마자 북핵 리스크에서 촉발된 북·미 갈등,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부동산값 급등, 가계부채 등 안팎 악재에 직면했다.
특히 세법개정안의 경우 김 부총리는 내정자 시절부터 증세는 신중해야 한다며 명목세율 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기재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기 불과 10여일 전인 7월 20일 경제장관회의에서 민주당 의원이기도 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증세 필요성을 제기하고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구체적인 ‘부자증세’ 방안을 제시하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결국 기재부가 이달 2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추 대표가 제시한 대기업·고소득자 대상의 법인세·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 등 증세안이 포함됐다. 김 부총리는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에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시장에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메시지를 주지 못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현했다.
최근엔 부동산 보유세를 놓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김 부총리는 보유세 문제에 대해 시종일관 신중론을 제기해 왔다. 반면 추 대표는 정기국회가 개회되자마자 보유세를 꺼내들었다.
김 부총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 등 공식석상에서 “아직은 보유세 인상단계까지는 아니다”라며 “집은 투자가 아닌 거주대상이며 투기수요는 철저히 차단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혀 왔다.
김 부총리는 12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도 “보유세를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사용하는덴 신중해야한다”면서 “보유세 도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어 “일부 정치권에서 보유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이해는 되지만 대통령께서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분명히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자신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이런 일관된 원칙도 정치권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 세법개정안에서도 추 대표와 청와대가 법인세 인상을 밀어붙이자 자신의 경제철학을 포기하고 말았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부로서는 보유세를 마지막 카드로 꺼내들 공산이 크다”며 “그러나 최근 정책 흐름이 정부와 정치권의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양새다. 이런 기류가 계속된다면 시장에서 효과도 반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가계부채 또한 김동연 경제팀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3%로 성장을 제약할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김동연 경제팀은 가계부채 종합관리 대책 발표를 또 미뤘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애초 이번 주 발표 예정이던 가계부채 종합관리 대책을 추석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앞서 김 부총리는 지난 8일 “가계부채 대책은 마무리단계”라면서도 “발표는 9월을 넘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는 문재인 대통령이 8월 가계부채 종합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난 뒤 지난달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려다 이달 중순으로 한차례 연기한 바 있다. 이번 가계부채 종합대책 연기는 8.2 부동산 대책 이후 시장 흐름과 북핵, 사드 여파로 인한 거시경제의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부총리는 14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와 관련해서는 “단시간에 쉽게 해결하기는 어려운 문제”라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종합적·근본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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