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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채용비리 칼 빼들자 공공기관 ‘바짝 긴장’

文 대통령 채용비리 칼 빼들자 공공기관 ‘바짝 긴장’

등록 2017.10.24 15:56

수정 2017.10.24 15:57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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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직원들 “조직 전체 불안” 우리은행 특혜 ···금감원 “대수술”채용비리 공기업 전체로 조사 촉각

강원래드 채용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의원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권성동, 김기선, 김한표, 염동열, 한선교 의원. 사진=연합뉴스강원래드 채용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의원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권성동, 김기선, 김한표, 염동열, 한선교 의원.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강원랜드, 우리은행 등에서 잇따라 불거진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칼을 빼들자 채용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금융기관과 공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필요하면 전체 공공기관에 대해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채용비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주기 바란다”며 공공기관 채용비리 문제에 대해 전수조사 등을 포함한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채용비리가 확인된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해선 형사, 민사상의 책임을 묻고,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당사자에 대해서도 채용을 무효로 하거나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해당 공공기관장에 대한 문책은 물론 주무부처까지도 책임을 지게 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평균 연봉 7000만원이 넘고 정년이 보장된 공공기관에 518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청탁으로 합격했고, 나머지 지원자 4800여명은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의혹제기에 국민들도 분노했기 때문이다.

강원랜드는 2012∼2013년 공채 교육생 518명 중 95%인 493명이 전·현직 정치인, 전·현직 경영진, 지역 유력인 등의 청탁으로 선발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폐광지 원로인 A(76) 씨의 ‘금품 청탁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는 상황이다.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 임기도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강원랜드 내부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2012∼2013년 공채 교육생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정취업 무효 검토 지시에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들 중 현재 416명이 근무 중이다. 이는 강원랜드 전체 정규직 3628명의 11.4%에 해당한다.

강원랜드 한 관계자는 “경영진 교체 시기까지 맞물려 조직 내부가 어수선하다”며 “회사 관련 언론보도가 연일 나오니 정상적인 공채 과정을 통해 취업한 직원들을 포함해 조직 전체가 불안해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원랜드 관련 폐광지역 현안사업 추진은 사실상 중단 상태다. 태백시 지역현안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치매 등 노인요양사업 관련 강원랜드와의 협약식을 애초 20일 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25일로 연기됐고,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전력공사 산하 공기업들 또한 부정채용이 끊이질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사 특정 퇴직자 고용을 위해 채용공고를 조작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 8월 공공기관 채용운영 실태 감사원 감사보고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발전 5사, 한전KDN, 한전KPS, 한전기술 등에 만연한 부정채용 실태를 확인했다.

아울러 최근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150명을 공채로 뽑으면서 이 가운데 10% 넘는 16명을 금감원이나 국정원, 은행 주요 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지인 등을 특혜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이에 금감원은 국정감사에서 은행권 채용 과정을 검토하고, 비리가 발견되면 검찰에도 수사 의뢰를 하고 외부 진단으로 조직·인사·업부 대수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금융기관과 공기업들은 채용비리 문제가 일파만파 퍼지자, 채용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처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금융기관과 공기업들은 기존에 실무면접까지 제한적으로 도입했던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전 과정으로 확대하는가 하면, 서류·면접 전형에 외부평가전문기관을 참여시키는 등의 조처에 나서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 감사결과 채용비리가 드러나 전임 간부들이 줄줄이 검찰수사를 받는 금감원은 올해부터 서류전형을 없애고 면접전형에만 적용했던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입사지원부터 최종면접까지 전 과정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금감원을 필두로 금융권 전반에 채용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번 신입직원 지원서에서 최종학력, 최종학교명, 전공, 학점, 성별 등 7개 인적사항을 제외하기로 하면서 블라인드 채용방식 적용을 확대했다. 기업은행과 예금보험공사는 금감원과 마찬가지로 올해부터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2차 임원면접까지 전 과정으로 확대해 이름이나 최종학교명, 출신 지역을 완전히 가린 채 전체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은행도 입사지원부터 최종면접까지 블라인드채용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최종합격자들에게만 졸업·성적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서 문제 됐던 게 서류전형이나 필기시험에서 합격인원을 늘리거나 줄인 것”이라며 “이제는 서류전형은 아예 없앴고, 당초 채용계획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문제가 거의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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