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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플랫폼의 힘···금융권 ‘메기효과’ 톡톡

[카카오뱅크 100일 明暗]①플랫폼의 힘···금융권 ‘메기효과’ 톡톡

등록 2017.11.03 09:26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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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만 435만···여·수신 7조4100억 간편가입·낮은 금리로 금융권에 새바람전세대출·자동이체통합 서비스 구상 중‘은산분리’ 걸림돌 넘어 사업성 입증해야

국내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공식 출범.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국내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공식 출범.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국내 2호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소비자의 열띤 호응 속에 성공적인 100일을 보냈다. ‘같지만 다른 은행’을 표방하며 금융권에서 입지를 굳힌 이 은행이 ‘은산분리 규제’라는 난관을 딛고 성장세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카카오뱅크는 지난 7월27일 정식 영업에 돌입한 이래 최근까지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10월말 기준으로 여신 3조3900억원에 수신 4조2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으며 100일간 끌어모은 가입자도 이미 435만명에 달한다.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카카오, KB국민은행, 우정사업본부, SGI서울보증보험 등 9개사가 주주로 참여한 인터넷은행이다. 오프라인 지점 없이 모바일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소비자에게 더 큰 혜택을 돌릴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모바일 기반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이들의 출범 일성이었다.

돌풍은 거셌다. 간편한 가입절차와 최저금리 2.85%의 신용대출을 앞세워 마케팅 공세를 펼친 카카오뱅크는 영업 첫 날만 신규 계좌개설 30만500건과 여신 500억원을 기록하며 예사롭지 않은 출발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시중은행의 비대면 계좌개설 건수인 15만5000건을 웃도는 수치다.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이용자는 307만명을 넘어섰으며 여신 1조4090억원, 수신 1조9580억원이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비록 3개월째 접어들면서 첫 두 달에 비해 가입자수와 여·수신 증가 속도가 둔화되는 양상이긴 하지만 월평균 1조원 인상인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증가액은 여전히 국내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의 광폭행보는 이 뿐만이 아니다. 출범 2주 만인 8월11일엔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하면서 금융권의 이목을 한몸에 받았다. 서비스 시작 후 자산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자 선제적인 증자를 결정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특히 산업자본의 금융권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정으로 인터넷은행의 자본 확충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팽배했기 때문에 카카오뱅크의 유상증자 결의는 더욱 화제가 됐다. 결국 한국금융지주를 최대주주로 둔 카카오뱅크는 잡음없이 유상증자를 마무리지음으로써 자본금을 80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외부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이 같은 초반 흥행은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의 이미지도 힘을 보탰다고 평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서비스 곳곳에는 카카오톡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데, 계좌번호를 몰라도 대화창에서 문자 메시지를 남기듯 돈을 주고받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추후 카카오뱅크는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와도 연동해 카카오 고유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한편 이에 발맞춰 서비스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문제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카카오뱅크는 서비스 첫 날부터 접속장애로 곤욕을 치른데 이어 한동안 각종 대출·상담 서비스 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거센 비판에 시달렸다. 또 카카오뱅크는 대출 신청이 대거 몰리자 건전성을 우려한 나머지 ‘마이너스 통장대출’의 한도를 축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카카오뱅크의 흥행이 금융권 전반에 적잖은 변화를 불러왔다는 우호적인 시선은 여전히 유효하다.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이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는 이른바 ‘메기 효과’다. 카카오뱅크가 해외 송금 수수료를 기존 은행의 10분의1 수준으로 낮추자 기존 은행 역시 송금 수수료를 내리는 등 서둘러 대응에 나섰다. 아울러 각 은행은 예금 금리를 높이는 이벤트를 펼치거나 모바일 기반의 서비스를 강화하는데도 신경을 쏟는 모양새다.

내년에도 카카오뱅크는 전세자금대출 상품 등을 선보이며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카카오뱅크가 준비하는 전세자금대출 상품은 시중 은행이 취급하는 주금공 전세보증 상품과 비슷한 구조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은행 특유의 강점까지 살린다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상품이 제공될 가능성이 높아 또 한 차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출시 시기는 내년 1분기다.

이와 함께 카카오뱅크는 휴대폰 요금과 보험금 등을 납부할 수 있는 자동이체통합관리 서비스도 선보인다. 롯데그룹과의 협력을 통해서도 계좌기반 간편 결제 서비스를 구상 중에 있다. 신용카드 사업은 2018년 상반기 예비인가를 추진하고 2019년 하반기엔 사업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이후에는 카카오뱅크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은산분리 완화’ 이슈를 뚫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본궤도에 올려놓느냐가 관건이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을 10%까지, 의결권 있는 주식은 4%까지만 보유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IT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은 자본 확충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최대주주여서 첫 증자를 탈없이 마무리지었지만 영업 환경 변화에 따라 다음 증자에는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초기 단계에 불과한 국내 인터넷은행 시장에서 흥행을 이어가는 것은 고무적”이라면서도 “리스크 관리와 수익모델 구축 등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유의미한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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