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출범 후 금융권 주축 라인 형성정지원·김지완·이동빈 등 부산 출신 약진고금회→서금회→부금회 이은 ‘新관치’ 우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장에 내정된 김태영 전 농협 신용대표는 영남상고(현 부산정보고) 졸업과 함께 1971년 농협중앙회에 주산 특기생으로 입사한 대표적인 부산 출신 금융인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새 정부 들어 약진하는 ‘부금회’의 입김이 이번 회장 인선 과정에서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금회’는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부산연고 금융인의 연구모임이다. 지난 2016년 3월 50여명을 중심으로 발족한 이래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이들은 아시아 금융허브 도시로 성장하겠다는 부산시의 목표에 맞춰 정책 세미나를 여는 한편, 부산시 지방세 확보를 위한 자문역할을 맡는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왔다.
현재 부금회 멤버 알려진 인물은 장남식 전 손해보험협회장(부산고)과 김교태 삼정KPMG 대표(배정고), 이재술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대표(동성고)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엄길청 경기대 교수(배정고)와 지난 9월 BNK금융지주 인사로 CIB(기업투자금융) 총괄을 맡게 된 정충교 부사장 등도 모임의 일원으로서 각종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부금회가 다시 주목을 받는 것은 공교롭게도 최근들어 선임된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동빈 Sh수협은행장 등이 모두 부산 출신으로 알려져서다. 정지원 이사장의 경우 부산 대동고등학교를, 김지완 회장은 부산상고와 부산대 무역학과를 졸업했으며, 이동빈 행장은 강원도 원주고를 나왔으나 부산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부산 출신 금융인으로 분류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새 정부 출범 후 ‘경기고’와 ‘참여정부’ 라인이 금융권 인사코드로 굳어지는 가운데 부금회를 중심으로 한 부산 출신 인사가 신흥세력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하며 이들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부정적인 평가도 존재한다. 특정 인맥과 학맥으로 연결된 사람들끼리 요직을 나눠가지면서 신관치를 부추길 수 있는 것은 물론, 정부의 경제 정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고려대 출신이 핵심 금융기관을 장악했다. 이른바 ‘고금회’다. 또 박근혜 정부 때는 서강대 출신으로 이뤄진 ‘서금회’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각종 권력형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했을뿐 아니라,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비난의 화살을 한몸에 받아야 했다.
특히 전 정부를 지원사격하던 서금회는 정권 교체와 함께 차츰 몰락해가는 모양새다.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은 금품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으며,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채용비리에 휘말리면서 이달 자리에서 물러났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역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직에서 중도하차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 교체와 맞물려 특정 집단이 금융권을 주도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적폐청산’이라는 현 정권의 기조를 감안한다면 곱게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새로 선임된 수장들이 과거 사례를 교훈삼아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