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개미 박사’답게 인터뷰 서두부터 개미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차세대 리더는 여왕개미와 같은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 그는 “여왕개미가 흔히들 모든 권력을 쥐고 있고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운영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개미들을 지켜보면 그렇지 않다. 알고 보면 알 낳는 기계일 뿐”이라며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건 여왕이 홀로 하고 살림은 일개미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더가 너무 미주알고주알 다 나서기 시작하면 발전이 없다는 뜻이다. 리더는 방향을 잡아주고 실무자들에게 위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최근 기업의 경영권, 리더쉽이 바뀌는 시점에 차세대 경영인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조선 시대 때 임금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유년시절부터 제왕이 되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해온다. 조선왕조가 500여 년씩 유지할 수 있던 이유도 지도자로서 역량을 훈련받은 사람들이 왕으로 군림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며 “그런 면에서 볼 때 2, 3세대 경영 승계를 무조건 나쁘게 볼 수 없다. 이들이 지도자 훈련을 받고 철저히 검증을 받는다면 그거 자체를 욕할 순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들과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최 교수는 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소양으로 전문성을 강조했다. 그는 “리더가 전문성도 없이 조직을 이끌어가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런 전문성에 인성도 갖추고 그 자리에 능력이 과분한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며 “적어도 리더들은 그런 소양을 지니고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그런 능력 있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게 속된 말로 깜냥이 안 되는 양반들이 눌러앉는 바람에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아쉬운 속내를 밝혔다.
최 교수는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라는 책을 통해 함께 있되 거리를 두는 새로운 리더십’을 제안했다. 모름지기 리더란 버릴 것과 취할 것을 분명히 알며 맺고 끊음이 확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리더는 공과 사를 구별해야 한다. 공적인 인간관계와 사적인 인간관계가 얽히면 좋아하는 사람, 친한 사람, 주변 사람을 요직에 앉히고 그런 경우가 리더 중에 많다”며 “자신과 굉장히 가까운 사람을 공적인 공간에 두면 앞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을 것이다. 공과 사를 혼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가 정신 자체가 수정되길 원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카리스마 리더쉽이 통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이제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기업 오너들이 새롭게 정립을 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며 “아마도 예전에 없던 핵심 키워드로 공감을 내세우고 싶다. 과거의 기업가 정신이 정확하게 방향을 제시하고 기업을 이끌어갔던 것이라면 이제는 조직원과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그러한 것이 훨씬 중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차세대 리더들도 확실한 개성이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 최근 동물행동학 연구에서도 가장 따끈따끈한 주제가 단연 개성(personality)이라는 것. 그는 “옛날에는 리더를 따라다니는 형용어로 주로 카리스마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함께 어깨동무하고 동행하는 리더가 새로운 리더쉽이 아닐까 싶다”며 “차세대 리더들은 무작정 용감함보다 조금은 비겁한 게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너무 무소불위에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 용맹스럽지만 그런 리더들이 저지르는 실수가 너무 잦다. 갑을관계가 정확하지만, 우리 시대에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며 “리더입장에 있어도 조금은 비겁한 게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물 세계에서 침팬지들을 보면 언제든 2~3인자들에게 잡아먹힐 수 있다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가지고 있어 혼자 다 가지지 않고 음식을 나눠 먹는다. 이런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3년간의 국립생태원장 생활 동안 어렵기도 하고 아쉬웠다고도 했다. 그는 “경영이라는 것을 처음 해 봤는데 참 어려웠다. 나는 자유롭게 자발적으로 일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공공기관은 결국 공무원조직의 연장선에 있다 보니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하기 힘들었다”며 “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세우고 싶었지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원장님 안됩니다’라는 말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강연을 다닐 때 가장 강조하는 경영 덕목으로 항상 공생을 내세웠다. 그는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자연은 무조건 경쟁, 경쟁. 경쟁인줄 알았지만, 오랫동안 연구해보니까 경쟁만 있는 건 아니"라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손을 잡는 거다. 못난 것끼리 모이는 것이 아니라 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손잡는 거다.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결론은 자연에 공생파트너가 없는 경우는 없는데 기업경영에서 보면 지나칠 정도로 경쟁만 부각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 교수는 자신은 마음속에 내세우는 경영 10계명이 있는데 이 중 최우선으로 ‘이를 악물고 듣는다’라는 계명을 꼽는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되면 말이 많아진다. 사람이 서서히 지배계급으로 올라가면 갈수록 듣기보단 말을 하기를 좋아하게 된다”며 “지도자가 말을 하는 순간 아래 사람들은 입을 다물게 된다. 그러다 보니 창의성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러다 보면 말을 하면서 실수가 발생한다. 일부로 원장으로 재임할 때 최대한 말을 아끼려고 했다”며 “사실 보면 수장 밑에 능력 있는 사람이 많다. 그 사람들 의견을 듣다 보면 더 좋은 방안도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조직이 창의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1세대 CEO들이 대부분 1선에서 물러났는데 차세대 경영을 이끌 리더들에게 하고 싶은 말로 “어느 정도 이분들은 알 것으로 생각한다. 당신의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이뤄놓은 것 머리로는 알겠지만, 진심으로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2세대 리더들은 힘든 길을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맡았으니까 무조건 잘해야 한다. ‘환골탈태’(換骨奪胎)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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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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