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계모도 언니도 아닌 정부의 압박에 시달리는 현실 속 ‘카데렐라’에게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 왕자가 있는 무도회장에 가기도 전에 계모가 시킨 허드렛일을 하는 장면에서 책장을 덮은 듯 허무하고 공허하다.
정부의 친(親)서민정책에 희생양으로 전락해 무도회장으로 향하지 못하는 카드업계의 얘기다.
지난해 하반기 영세·중소가맹점 확대에 따른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던 카드사들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신음하는 편의점 업주와 슈퍼마켓 주인을 달래는데 동원됐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한다며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 민심을 얻고, 그 부담은 투표권이 없는 카드사들에게 지우겠다는 것이다.
금융사의 입장을 함께 고려해야 할 금융위원회는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식솔로 전락했고, 업계의 입장을 대변해 회원사들을 위기에서 구해야 할 여신금융협회는 뒷짐만 지고 있다.
울상인 카드사들을 달래겠다며 던져 준 선물이라는 게 보험료 카드 결제 확대다. 친서민정책의 부담이 카드업계를 거쳐 보험업계로 전이된 셈이다.
하지만 보험료 카드 결제가 카드사를 무도회장까지 인도할 마차가 되기엔 역부족이다. 보험사라는 비극의 주인공만 추가될 뿐이다.
이대로 무도회가 끝나면 카데렐라는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 구박과 핍박이 필연이라면 무도회장에 놓고 올 유리구두 정도는 신겨줘야 한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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