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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확충 부담 눈덩이···‘K-ICS’ 도입 유예해야

[자본시장 액티브X를 없애자/보험·카드③]자본확충 부담 눈덩이···‘K-ICS’ 도입 유예해야

등록 2018.03.07 15:35

수정 2018.05.17 12:22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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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2021년 도입 유예기간 요구보험사 절반이 RBC비율 200% 밑돌아‘솔벤시II’ 도입한 유럽도 16년 간 유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보험계약부채를 원가로 평가해 온 방식의 전면적 변경이 필요하다. 올해 IFRS17 기준서 이행을 위한 통합시스템(ARK) 구축을 완료하고 10월부터 10개 보험사에 순차적으로 이전할 계획이다.”(성대규 보험개발원장)

“현재까지 신(新)지급여력제도(K-ICS)의 실제 시행 사례는 ‘솔벤시(Solvency)II’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 보험시장이 유일하다. 솔벤시II 시행 전후 유럽 주요 보험시장의 변화를 분석해 시가평가에 기초한 자본규제 도입에 따른 시사점을 도출하겠다.”(한기정 보험연구원장)

올해 초 잇따라 진행된 보험협회와 유관기관 기자간담회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단어 2개가 있다. 오는 2021년 도입 예정인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이에 따른 ‘신(新)지급여력제도(K-ICS)’다.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 200% 이하 보험사 현황. 그래픽=박현정 기자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 200% 이하 보험사 현황. 그래픽=박현정 기자

쌓아도 쌓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자본 확충 부담에 신음하고 있는 보험업계의 최대 화두 IFRS17과 K-ICS. 보험업계는 3년 앞으로 다가온 자본 규제의 소용돌이 속에 도입 유예를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생명보험업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IFRS17과 K-ICS를 한꺼번에 도입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업계가 적응할 수 있도록 K-ICS를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일정을 검토해 줄 것을 금융당국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IFRS17은 보험계약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회계기준으로, 지난해 5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기준서를 확정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행 위험기준 지급여력(RBC)제도와 달리 시가평가에 따른 자본 변동성 확대 등 리스크 요인을 반영한 K-ICS가 시행될 예정이다.

K-ICS 시행을 앞두고 자본 확충에 비상이 걸린 보험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상증자와 채권 발행 등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 자본을 쌓고 있다.

생보업계 2위사 한화생명은 10억달러(약 1조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올 상반기 중 발행할 예정이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4월 국내에서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300억원 규모의 국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던 소형 생보사 DB생명은 지난달 8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올 1월 말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한 KDB생명도 상반기 중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선다.

K-ICS 적용 시 요구자본이 크게 증가해 재무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한 만큼 자본 확충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보험사가 얼마나 더 많은 돈을 더 쌓아야 할지는 정확한 추산조차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32개 주요 생명·손해보험사 중 RBC비율이 200% 이하인 곳은 절반가량인 15개 회사다. 22개 생보사(IBK연금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제외) 중 7곳, 10개 종합 손보사 중 8곳의 RBC비율이 200% 아래다.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자본적정성 지표다. 모든 보험사의 RBC비율은 반드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RBC비율이 권고치인 150%를 밑도는 곳은 MG손보(115.6%), KDB생명(116.2%), 현대라이프(148%) 등 3곳이다.

특히 지난해 유상증자 불발로 자금 수혈에 실패한 손보업계 최하위사 MG손보의 RBC비율은 보험업계 최저치다. MG손보는 지난해 12월 4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실질적 대주주인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거부로 무산됐다.

유상증자에 성공한 KDB생명은 올 들어 RBC비율이 160%대로 상승했고, 현대라이프는 유상증자 대금 납입이 완료되면 200%대로 수치가 오를 전망이다.

흥국생명과 롯데손보의 RBC비율은 각각 157.6%, 159.1%로 권고치를 간신히 넘긴 수준이다. 중소형 손보사인 흥국화재와 한화손보의 RBC비율 역시 각각 163.8%, 169.3%로 160%대에 머물렀다.

이 밖에 생보사는 DB생명(175.4%), 하나생명(180.8%), 신한생명(182.7%), DGB생명(184.5%) 순으로 RBC비율이 낮았다. 손보사는 NH농협손보(180.5%), 현대해상(191.5%), KB손보(192.1%), 메리츠화재(199.5%)가 200%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보험업계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솔벤시II를 도입한 유럽과 같이 일정 유예기간을 거쳐 단계적으로 K-ICS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6년 솔벤시II를 도입한 유럽의 경우 일부 보험사가 전면적 도입을 연기해 줄 것을 건의해 16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IFRS17이 도입되는 2021년 K-ICS 일괄 시행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각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에 따라 개별적으로 적용을 유예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겼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중소형 보험사의 자본 확충 피로도가 높은 상태”라며 “금융당국에서 K-ICS의 점진적 도입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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