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빅배스 결단···거액 적자 감수건전성 높이며 회사 체질 개선 성과 내순익 창출 기반 마련·디지털 확장 큰 공
김용환 회장은 19일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차기 회장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은 “장기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CEO가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다른 금융지주 수준으로 임기를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후보 사퇴의 변을 밝혔다.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수출입은행장 등을 지냈던 김 회장은 지난 2015년 4월 제4대 농협금융 회장에 취임했다.
김 회장의 경영 여정을 돌이켜보면 영광과 시련을 동시에 경험했다고 볼 수 있다. 김 회장은 2016년 5월 조선·해운업의 경영난 부각 이후 부실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빅배스(기존의 부실 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털어내는 회계기법)를 단행하는 모험을 걸었다.
당시 김 회장은 “제때 부실 정리를 한꺼번에 하지 못하면 농협금융의 부실은 더 커질 수 있다”며 “적자가 나고 수익이 덜 나더라도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면서 과감한 빅배스 결단을 내렸다.
부실채권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농협금융은 1조30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고 이에 대한 영향으로 2016년 상반기 201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적자의 아픔을 견뎌내는 과정에서 여신심사 체계 개편 등 강도 높은 혁신 전략을 시행한 것도 김 회장의 의지였다.
김 회장의 기다림은 결국 빛을 발했다. 회사의 건전성은 빠르게 회복됐고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이 고르게 성장한 덕분에 다시 본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그 결과 지난해 연말 기준 순이익이 8598억원에 이르면서 지주회사 출범 이후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이 다른 금융지주보다 한 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디지털과 글로벌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고 서서히 그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여전히 국가 산업 구조에서 농업이 중심인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직접 돌며 농업 개발 경험 기반의 현지 금융 사업 협력에 공을 들였다. 또한 신개념 모바일 금융 서비스인 ‘올원뱅크’의 흥행 성공도 김 회장의 공적이라고 꼽는 이들도 있다.
이와 같은 성과를 앞세워 김 회장은 지난해 1년의 연임 기회를 받았다. 역대 농협금융 회장 중 단 한 명도 임기를 채운 사례가 없었고 연임의 사례 또한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회장의 경영 역량은 그야말로 제대로 합격점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김 회장의 지난 3년이 모두 영광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의혹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지인 아들의 금감원 채용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무혐의로 결론이 나기는 했지만 김 회장의 이름에 흠집이 난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김 회장이 다방면으로 펼친 노력 덕분에 농협금융은 연간 기준 순이익 1조원 이상을 시현할 수 있도록 확실한 성장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는 김광수 차기 회장 내정자가 김용환 회장이 마련한 기반 위에서 더 큰 성장의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김용환 회장이 관료 출신 금융권 CEO 중에서는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낸 것이 사실”이라며 “내실을 다지는 관리형 CEO로서 경영 실적을 대폭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은 금융권 내부에서도 매우 인상적인 모습이었다”고 회고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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