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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인’ 역풍 맞은 조양호···경영에서 손떼야 진화

‘전문경영인’ 역풍 맞은 조양호···경영에서 손떼야 진화

등록 2018.04.23 16:29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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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경찰 조사에 마지못한 사과 지적전문경영인 가동·준법위 실효성 논란도

사진=뉴스웨이 DB사진=뉴스웨이 DB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에서 비롯된 논란에 반쪽짜리 사과로 대응했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 22일 사과문을 통해 조 전무와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을 모든 직책에서 사퇴조치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경영인에는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보임하고, 준법위원회의 위원장으로는 목형준 전 헌법재판관을 위촉했다.

조양호 회장은 “이번 사태를 통해 상처를 입은 피해자, 임직원 및 국민 여러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이 환골탈태해 변화된 모습으로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에 맞는 기업으로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조양호 회장의 사과문에 등장한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과 준법위원회 구성은 논란을 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석태수 대표의 경우 그룹 내 재무통으로 조 회장의 오른팔로 꼽히는 인물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최측근으로도 알려져 있다. 준법위원회도 현시점에서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다.

조 회장이 사건 직후가 아닌 열흘이 지난 시점에 사과의 뜻을 밝힌 것도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조 회장의 공식 사과문은 한진그룹 오너가에 대한 각종 제보와 함께 국토부와 관세청, 경찰 등이 한진그룹을 정조준 하던 때다. 때문에 조 회장이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밀수와 탈세 등 각종 불법·비리 의혹으로 번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마지못해 사과를 했다는 지적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국민의 따가운 질책을 뭉개고 있다가 온 가족의 갑질 행각이 불거지고 사정당국이 내사에 착수하자 사과문이 나왔다”며 “조현민 전무의 이번 폭력사건을 비롯한 항공법 위반, 조 씨 일가의 밀수행각, 호텔공사비 30억 횡령 등 드러난 혐의만 보아도 이미 이들은 재벌일가가 아니라 범죄소굴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에는 아직도 멀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양호 회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전문경영인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꼼수는 안 통한다”라며 “조양호 회장이 이들에게 해야 할 진정 어린 사과는 가족경영의 포기이고, 수사에 착실히 임하는 것이다”라고 촉구했다.

재계에선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와 조현민 전무 뿐 아니라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서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두산그룹과 CJ그룹처럼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그룹을 운영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

실제 두산그룹의 경우 고 정수창 전 두산그룹 회장이 1977년부터 1993년까지 회장직을 수행하며 그룹을 이끌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경영인인 정수창 회장은 1977년부터 1981년까지는 사업 영역 다각화를 통해 두산그룹의 초석을 다졌다. 패놀사태로 1991년부터 다시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 정 회장은 자율경영 등 두산의 성장 발판 마련에 일조했다.

CJ그룹의 경우 2013년 이채욱 CJ 부회장을 영입해 위기를 넘겼다. CJ에서 오너 일가 외에 전문경영인을 부회장으로 영입한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재현 CJ 회장이 수감된 4년 동안 손경식 CJ그룹 회장,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등과 함께 비상경영위원회 일원으로 그룹 경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경식 회장의 경우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 고 CJ그룹 명예회장의 처남이지만 전문경영인으로 더 알려져 있다. 재계에선 제일제당이 삼성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뒤 CJ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손경식 회장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한다.

재계 관계자는 “갑질과 밀수로 궁지에 몰리자 ‘소나기 피하고 보자’식의 임시방편의 태도로는 한진그룹이 환골탈태할 수 없다”며 “조양호 회장은 물론 조원태 사장까지 경영에서 손을 떼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전문경영인 도입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양호 회장 외 3세들의 경우 보유 지분을 처분해 더 이상 경영에 복귀 할 수 있는 빌미도 남겨둬선 안된다”며 “뼈를 깎는 고통 없이는 한진그룹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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