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는 오는 17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첫번째 심의에 착수한다.
이번 감리위는 처음으로 대심제로 열리는 것이 특징이다. 감리를 맡은 금감원 회계조사국과 제재 대상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동시에 참석해 일반 재판처럼 공방을 벌이게 된다. 감리위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자문 기구다. 실제 조처를 내리는 증선위에 안건을 상정하기 전 자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6년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기 1년 전인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를 부풀렸는지 여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냈으나 상장 직전연도인 2015년 1조9000억원대 흑자로 전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 91.2%를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 평가방식을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할 경우 취득가가 아닌 시장가로 회계 처리를 할 수 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신약을 취득가가 아닌 시장가로 평가해 회계 처리를 해 기업가치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 회사는 상장 전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감리를 한 차례 받았지만 당시에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의혹 제기가 잇따랐다. 금감원은 지난해 3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에 착수하고 최근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업가치 부풀리기’ 외에 또 다른 쟁점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다.
바이오젠은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설립한 다국적 제약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이 각각 2805억원(85%)과 495억원(15%)을 출자했고 바이오젠이 추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 성과가 가시화하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해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꿨다는 입장이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에피스 지분율이 ‘50%+1주’로 낮아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에피스 지분율이 2012년 설립 당시 85%에서 현재 94.6%로 확대된만큼 지배력이 오히려 강화됐으므로 갑자기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은 일관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 바이오젠과 콜옵션 관련 계약을 맺었지만 공시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더 나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분식 혐의와 2015년 7월에 있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연관성에 대한 의심도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합병 시 최대주주인 제일모직과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문제가 되는 회계처리는 2015년 말에 이뤄졌는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에 앞서 같은 해 7월 진행된 것이어서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삼성물산에 대해서도 회계감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리와 별도로 금융당국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이의 마찰도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외부감사인인 삼정·안진회계법인에 특별감리에 대한 조치사전통지를 한 사실을 공개했다. 조치사전통지란 금융감독원의 감리결과 조치가 예상되는 경우 증권선물위원회에 감리안건 상정을 요청하기 전에 위반사실과 예정된 조치의 내용 등을 안내하는 절차를 말한다. 그러나 조치사전통지 사실을 공개한 것이 금융위와 사전에 조율이 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조치사전통지 사실이 공개된 다음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분식회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에는 금감원에 회계처리 규정 위반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알려달라고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심의에 참여하는 위원 명단과 심의 내용 공개를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연관성이 있는 감리위원을 감리위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시민단체에서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이미 감리위 민간위원 중 한 명이 4촌 이내 혈족이 삼성 계열사에 근무하고 있다는 이유로 감리위에서 배제했다.
또 감리위 심의 과정을 녹취·보관하고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는 감리위의 경우 증선위와 달리 자문기구로 명단 공개 의무가 없고 공개할 경우 공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다만 감리위 심의내용을 속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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