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LCD사업 집중···2008년 LG디스플레이 출범LGD, 주력 계열사 자리매김···31분기 시장점유율 1위통신사업 진출로 ‘전자-화학-통신서비스’ 3개구축 기반
구 회장은 1998년 말 당시 정부가 주도한 빅딜 논의로 반도체사업의 유지가 불확실해진 위기 상황에서 LCD 전문기업인 ‘LG LCD’를 설립하는 결단을 내렸다. LG전자와 LG반도체가 각각 영위하고 있었던 LCD사업을 본격 육성해야겠다는 의지에서다.
당시 그룹의 운명과 미래를 생각해 디스플레이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지정, 신속하고 단호한 결단을 내린 셈이다.
1999년 반도체 빅딜 직후 LG는 14개월 동안 지속됐던 외자유치 협상에 속도를 올리며 전력투구해 1999년 5월 네덜란드 필립스로부터 당시 국내 민간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16억달러의 자본유치에 성공하고 3개월 후 합작법인 LG필립스 LCD를 출범시켰다
이 합작으로 LG는 대규모 신규투자에 따른 자금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전세계 LCD시장의 급격한 수요 증가를 적기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능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LG는 2008년 필립스와 결별, 단독법인인 LG디스플레이를 출범시켰고, 이후 더욱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 기업으로 거듭났다.
LG디스플레이는 TV, 모니터,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9인치 이상 대형 LCD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무려 31분기 연속 시장점유율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구 회장은 대형 LCD 점유율 1위에 올랐던 2009년, 머지 않은 미래에 후발 주자의 거센 추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던 대형 OLED의 본격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했다.
OLED는 LCD와 달리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두께가 얇고 압도적으로 화질이 뛰어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린다.
비슷한 시기 OLED TV 패널을 개발하던 세계 유수 업체들은 양산의 어려움 때문에 생산을 포기했었다. LG디스플레이도 첫 생산에서 수율이 0%가 나올 정도로 수 많은 시행착오와 기술적 난관을 겪어 회사 내부에서도 ‘OLED로 TV는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구 회장은 미래 기술의 주도권 확보라는 일념으로 수 조원대에 이르는 연구개발 투자를 승인했다. 또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연구진을 질책하기 보다는 믿고 격려하면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마침내 LG디스플레이는 2013년 세계 최초로 55인치 OLED 패널 양산에 성공하면서 시장을 놀라게 했다.
현재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게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하고 있으며, LG전자는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과 디자인을 내세워 OLED TV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OLED TV가 프리미엄 TV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LG전자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사상 최대 실적과 영업이익률을 갱신하고 있다.
또 소니, 파나소닉, 필립스, 뱅앤올룹슨, 스카이워스 등 일본, 유럽, 중국 등 글로벌 TV업체도 OLED TV 진영에 속속 합류하면서 LG디스플레이 고객사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등에 따르면 OLED 패널 출하량은 2015년 30만대에서 2018년 280만대로 10배 가량 성장하고, OLED TV도 2020년에는 2018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520만대가 판매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통신사업에서도 과감한 결단력이 발휘됐다. 구 회장은 취임 이듬해인 1996년 개인이동통신사업(PCS)으로의 진출을 선언, ‘전자-화학-통신서비스’ 3개 축으로 이뤄진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기반을 닦았다.
LG는 축적된 통신 기술과 장비개발 경험, 우수한 경영능력 등을 인정받아 1996년 6월 쟁쟁한 기업들과의 경쟁 속에서 사업권 획득에 성공하고 LG텔레콤을 출범했다.
이어 2000년 유선통신사업체인 데이콤을 인수하며 통신사업을 강화했으며, 2010년에는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통신 3개사의 합병을 통해 유무선 통합 LG유플러스를 출범하며 통신사업을 LG의 주력사업 기반 위에 올려놓았다.
상용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1998년 매출 약 1조원을 기록한 LG텔레콤은 통신 3사 합병 등을 거치며 종합통신사로 위상을 갖추고 2017년 매출 12조원대로 성장했다.
한편, 구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은 골프 일화를 통해 전해진다. 구 회장은 “내 골프 핸디는 고무줄 핸디”라며 “내기를 할 때는 잘하지만 그냥 칠 때는 잘 못한다. 딴 돈은 돌려주더라도 게임은 어쨌든 이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로 승부를 즐겼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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