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정부 주도 빅딜에 아쉬움 드러내빅딜 과정 주도적 개입 전경련 발길 끊어2007년 발간 도서에도 반도체 빅딜 비판
‘반도체 빅딜’은 구 회장에게 가장 뼈아픈 한으로 남았다. IMF 외환위기 직후 정부 주도로 이뤄지면서 당시 구 회장은 눈물을 머금고 반도체 사업을 현대로 넘겨야만 했다. 구 회장은 현대전자에 LG반도체를 넘겨 준 후 “LG는 전자 및 통신 중심 그룹으로 반도체가 꼭 필요한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구 회장은 이 일을 계기로 ‘빅딜’ 과정에서 역할을 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발길을 끊고 상당히 오랜 기간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2007년 발간한 ‘60년 사사(社史)’에서는 “인위적인 반도체 빅딜의 강제는 LG반도체와 현대전자의 통합법인 출범 이후 나타났듯이 한계사업 정리, 핵심역량 집중이라는 취지와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반도체 빅딜을 비판했다. 1998년 전경련이 추천한 컨설팅 회사 ADL이 반도체 통합을 위한 평가기관으로 선정됐다. LG반도체가 재무구조, 기술력, 전문성 등 모든 면에서 객관적으로 앞선다는 점을 들어 경영권 확보를 강력히 주장했지만 현대전자 중심의 빅딜은 편파적 시비가 일었다고 적었다.
구 회장은 1989년 5월 금성일렉트론을 설립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 금성일렉트론은 1995년 LG반도체로 상호를 바꾸고 이듬해에는 상장도 했다.
이후 LG반도체는 ‘국내 최초’,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달린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하며 성장했고, 반도체 사업을 그룹의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여긴 구 회장은 LG반도체에 대한 강한 애착을 숨기지 않았다.
1990년대 중반 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회사는 고속성장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인 1998년 정부가 ‘재벌 빅딜’에 나서면서 자리가 위태해졌다.
구 회장은 반도체 사업에 끝까지 애착을 보이며 LG반도체를 지키려 했으나 결국 1999년 7월 회사를 현대그룹에 넘기게 됐다.
어렵사리 키워온 반도체 사업을 타의로 남의 손에 넘긴 구 회장은 충격에 수개월간 두문불출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LG가문은 반도체 빅딜을 두고 '빼앗겼다'라는 표현을 한동안 썼다고 한다.
경쟁사인 삼성그룹이 이후 반도체 사업을 발판 삼아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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