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에 합격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기기 시작한 때는 조선시대로 추정됩니다. 과거 시험을 준비하던 유생들이 엿을 먹은 것에서 유래했고 하는데요. 이와 관련된 속설이 몇 가지 있습니다.
한 유생이 문경새재의 정상인 조령에서 한 할머니가 파는 엿을 먹고 과거에 합격한 데서 유래했다는 것과, 아내가 과거 시험을 보는 남편 뒷바라지를 얼마나 잘했나를 엿의 빛깔로 판단했다는 설이 대표적.
가장 유력한 설은 엿이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믿은 부모들이 과거를 준비하는 자식을 위해 하루가 멀다고 엿을 만들었다는 것인데요.
이는 단지 옛날 사람들의 무모한 믿음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엿의 맥아당은 빠른 흡수 속도로 다량의 포도당을 공급해 두뇌 활동을 활발하게 해주고, 덱스트린은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를 내기 때문.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의미와 좋은 효과를 가진 엿이 왜 ‘엿 먹어라’라는 욕설로 사용되는 것일까요? 이는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인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서울의 한 중학교 입학시험 자연 과목에 ‘엿기름 대신 넣어서 엿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는 문제가 출제됐는데요. 출제자가 의도한 정답은 아밀라아제의 옛 명칭인 ‘디아스타아제’였습니다.
하지만 보기에 ‘무즙’을 포함한 것이 문제가 됐는데요. 무즙으로도 엿을 만들 수 있기 때문. 이에 무즙을 정답으로 선택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문교부(현 교육부)를 찾아가 무즙으로 만든 엿을 들고 “엿 먹어라”를 외친 것.
이때부터 엿은 합격을 기원하는 의미와 함께 욕설의 소재로도 사용되며 이중적인 의미를 갖게 됐다고 합니다.
두 얼굴을 가진 엿, 그래도 기왕이면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게 좋겠지요?
뉴스웨이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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