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허영섭 일가와 주식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어‘윤리 경영’ 형 허영섭 전 회장과 상반된 평가 받기도일감 몰아주기·쥐꼬리 기부금 논란 등 이미지 ‘실추’한때 朴 전 대통령 비선진료 의혹에 잡음 무성하기도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녹십자홀딩스는 허일섭 회장이 지난 15일부터 총 네 차례에 걸쳐 회사 보통주 2만주를 장내매수를 통해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허 회장은 지난 15일 보통주 619주를 매수했고 다음날인 16일에는 3300주를 샀으며 지난 21일에는 1만2605주를 매입했다. 아울러 23일자로 3476주를 추가 매수했다. 이로써 허 회장의 주식수는 560만7777주로 늘었으며 지분율은 11.71%가 됐다.
이를 두고 최근의 시장 악화로 주가가 하락하자 회사 잠재력 대비 주가가 낮다는 판단 하에 경영권 강화와 주가 부양을 위해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오너 입장에서도 싼 값에 우호지분을 확대와 더불어 주가 상승 시 평가이익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녹십자홀딩스는 연초 4만원대에서 2만4250원으로 절반 가량 하락했다.
무엇보다 허일섭 회장 일가는 당초부터 지분확보에 대한 신경전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이미 고인이 된 형 허영섭 전 회장의 일가와 주식을 경쟁적으로 늘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녹십자 오너가는 고 허영섭 일가와 허일섭 일가 등 두 그룹으로 나뉜다. 허일섭 회장은 녹십자홀딩스의 지분을 11.71% 보유한 최대주주다. 부인 최영아씨는 녹십자홀딩스 지분 0.33%를 보유하고 있다.
자녀들은 지분 보유량이 많지 않다. 장남 허진성 녹십자홀딩스 부장은 0.55%, 차녀 진영씨는 0.27%, 차남 진훈씨는 0.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허일섭 일가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13.36%다. 허일섭 회장의 자녀들이 아직 어린 나이 탓에 지분 보유량이 많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고 허영섭 일가의 지분율은 5.83%이다. 조카인 허성수, 허은철, 허용준씨는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각각 0.61%, 2.55%, 2.63% 보유하고 있다. 허성수씨의 부인인 박혜연씨는 0.04%만을 소유하고 있다.
이렇듯 두 오너 집안간의 지분 경쟁은 팽팽히 맞선 상태다.
더군다나 허일섭 회장은 대표 이사에 오른 직후부터 형인 고 허영섭 전 회장과 상반된 행보를 보이며 사뭇 다른 평가를 받기도 했다. 녹십자의 초기 성장을 이끌었던 인사는 창업주이자 부친인 고 허채경 전 회장과 차남인 고 허영섭 전 회장이다. 이 중 허 전 회장은 1980년 대표이사에 취임해 2009년 작고할 때까지 사회환원 차원에서 백신 개발에 적극 나선 인물로 현재까지도‘윤리경영’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2009년 허 전 회장이 지병으로 타계하면서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은 허일섭 회장은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쥐꼬리 기부금, 도 넘은 일감몰아주기 등의 논란에 휩싸여 여론의 눈총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란은 그간 회사가 강조해 온 윤리경영, 사회공헌 등과는 정면으로 대치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강도는 특히 더했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 의혹까지 겹치면서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킨 인물이기도 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가 2014년 4월부터 지난 8월까지 ‘대통령실’ 혹은 ‘경호실’ 명의로 31차례에 걸쳐 10종류의 의약품이 바로 녹십자로부터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허 회장은 정부와 수상한 의약품거래 소식에 쏠린 각종 의혹을 받아 일각에서는 총수 자질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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