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서기봉 교체·손보 오병관 연임생명 신임 대표이사에 홍재은 내정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이 거론됐던 농협생명 신임 대표이사에는 농협중앙회 출신의 자산운용 전문가 홍재은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이 내정됐다. 전국 농·축협 단위조합에 의존하는 농협생명의 영업구조를 이해하는 내부 인사를 선택했지만, 내년 실적 전망이 어두워 취임 첫 해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금융지주는 17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농협생명과 농협손보 대표이사 후보로 각각 홍재은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 오병관 현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2년간 농협생명 대표이사직을 수행해 온 서기봉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반면 올해 농협손보 대표이사로 취임한 오병관 사장은 연임해 내년에도 회사를 이끌게 됐다.
농협생명과 농협손보 모두 올 들어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 플러스 원(1+1)’ 인사 관행이 현직 대표이사들의 운명을 갈라놨다. 통상 기본 임기 1년에 연임 1년을 더해 총 2년간 대표이사를 맡기는 농협금융지주의 계열사 인사 관행에 따라 서 사장은 교체가 유력시 돼왔다.
농협생명 신임 대표이사에는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인 홍재은 상무가 내정됐다. 홍 내정자는 농협중앙회사 입사 이후 30년 이상 농협에 몸담은 정통 농협맨이다.
이번 인사는 보험상품 판매의 대부분을 전국 농·축협 단위조합에 의존하는 농협생명의 영업구조를 이해해야만 회사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농협생명은 올해 1~8월 초회보험료 9044억원 중 8734억원(96.6%)을 단위조합을 포함한 방카슈랑스채널을 통해 거둬들였다.
당초 농협생명 대표이사에는 보험업에 해박한 학계 출신이나 상위 대형사 고위 임원 출신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홍 내정자는 1960년생으로 의정부고와 성균관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이후 농협중앙회 자금부 투자개발팀장 ·기업고객부 단장, 농협은행 PE단장·자금부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으로 재직해왔다.
홍 내정자는 농협생명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모두 악화된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아 혹독한 CEO 데뷔 신고식을 치를 전망이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농협생명의 올해 1~3분기(1~9월) 당기순이익은 268억원으로 전년 동기 951억원에 비해 683억원(71.8%) 감소했다.
특히 올해 3분기(7~9월) 당기순손익은 233억원 손실로 전년 동기 294억원 이익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한국과 미국간 금리 역전에 따른 해외 채권투자 부문 손실과 환변동 위험 회피(환헤지) 비용 증가에 따른 결과다.
농협생명 안팎에서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문제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내년에는 연간 순손익이 적자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비교적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올 들어 매분기 하락하고 있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각종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손실금액인 요구자본 대비 위험으로 인한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가용자본의 비율이다. 모든 보험사의 RBC비율은 반드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농협생명의 RBC비율은 지난해 12월 말 217.9%에서 올해 3월 말 213.9%, 6월 말 208.6%, 9월 말 206.7%로 낮아졌다.
홍 내정자는 오는 2022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따른 대규모 자본 확충 과제도 안고 있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국제회계기준이다. 이에 따라 자본 변동성 확대 등 위험 요인을 반영한 새 자본건전성제도인 K-ICS가 도입될 예정이다.
농협생명은 이에 대비해 지난해 4월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바 있다.
농협금융지주 측은 “홍 내정자는 금융시장부문에서 십수년간 전문경력으로 다져진 시장 통찰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자산건전성을 확보하고 경영체질을 개선해 농협생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농협생명과 농협손보는 회사별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를 공식 선임할 예정이며, 각 대표이사의 임기는 내년 1월 개시된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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