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회장-행장 겸직 확정 후 비판 여전이사회, 임직원 향해 “권력 독점 없다” 강조대구은행 임추위 진행 결과 향후 최대 변수
DGB금융지주 이사회 내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 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는 지난 11일 회의를 열고 김태오 회장을 차기 대구은행장 후보자로 최종 결정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4월 박인규 전 행장이 불명예 퇴진한 후 9개월 정도 정식 행장 자리가 비어있었다.
김 회장이 차기 행장을 겸직한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대구은행 안팎에서는 찬반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그동안 CEO 선임 문제를 두고 여러 프레임을 적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김 회장 자신을 위한 프레임을 맞춘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논란이 커지자 자추위는 지난 11일 대구은행 임직원들에게 담화문을 발표하고 “전임 회장과 연관이 있는 인물은 자격이 없다”면서 “옛 과오를 씻어내고 혁신과 안정을 꾀하려면 외부 출신인 김 회장이 은행장을 맡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자추위의 담화문 발표 후에도 은행 내부는 물론 지역 금융권에서도 다소 비판적이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김태오 회장이 본인의 명의로 대구은행 직원들에게 은행장 겸직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는 담화문을 내기로 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대구은행장 선임 문제는 장기 표류의 난제였다. 결국 DGB금융지주가 지난 10월 대구은행장 추천권을 지주 이사회에 이관하고 엄격한 은행장 자격 요건을 두겠다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놨다. 그러자 대구은행 측이 강하게 반발했고 한 달여간 논란이 지속됐다.
문제가 된 부분은 금융권 임원 경력 연한이었다. DGB금융지주는 금융권 임원 경력 5년 이상인 사람만이 은행장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요건의 공개 직후부터 은행 안팎에서는 “해당 요건은 김 회장만 부합한다”며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 의도에 대한 비판이 잇달았다.
그럴 때마다 김 회장은 “은행장에 오를 욕심이 없다”거나 “지주 회장과 은행장은 분리 선임해야 한다”는 원칙적 발언을 반복했다.
대구은행장 자격 요건이 최종 확정된 것은 지난해 12월 27일이었다. DGB금융지주 이사회는 은행장 자격 요건 중 금융권 임원 경력 연한을 5년에서 3년으로 완화했다.
이후 대구은행 이사회가 추천한 박명흠 전 부행장과 노성석 전 DGB금융지주 부사장 등을 은행장 후보자로 다뤘지만 이들은 모두 낙마했다. 자추위 측은 “마땅한 인물이 없다”며 은행장 선임을 미뤘다. 결국 은행장 선임 문제를 놓고 반년 이상을 끌어놓고도 연말까지의 성과는 하나도 없었다.
자추위는 자격 요건 확정 후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김 회장의 행장 겸직으로 행장 선임 문제를 서둘러 매듭지었다. 자추위 측은 “박인규 전 회장 때의 과오를 씻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회장-행장 겸직 체제로의 복귀는 오히려 어불성설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자추위가 지나치게 김 회장을 띄우는 것에 대한 비판도 뚜렷하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CEO를 선임해야 하는 이사회가 비상 경영 상황이라는 이유로 현직 CEO를 추켜세운 것은 적절치 못한 처신이었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여기에는 김 회장이 이사회의 배후에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모종의 메시지를 강조해온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물론 DGB금융 측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은행장을 한시적으로 맡겠다고 했지만 다른 시중은행장의 임기와 크게 다를 것 없이 약 2년의 임기를 수행하는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은 은행장 임기를 2년으로 두고 상황에 따라 1년씩 재신임하는 형태로 CEO 임기 규정을 두고 있다.
대구은행 안팎에서는 “김 회장이 고강도 쇄신으로 DGB금융그룹을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키우겠다고 약속했지만 따지고 보니 말 뿐이었다”며 김 회장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DGB금융 측은 “조직을 안정화하고 후임 CEO를 제대로 육성하기 위한 기간으로 2년을 잡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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