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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가 경영악화 이유?’ 전경련 산하 한경연의 황당한 주장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악화 이유?’ 전경련 산하 한경연의 황당한 주장

등록 2019.01.25 09:10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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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행동주의 펀드 개입 후 1년 후 당기순이익 83.5%↓”고용·투자 모두 감소···국내 행동주의 펀드 대책 논의 필요 강조투자업계 “시대에 뒤떨어진 해석···단순히 해석할 문제 아니야”“각 기업별 부진원인 달라, 단순 도식화는 불필요한 논란만 야기 ”

행동주의 펀드의 기업 경영 개입은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등 기업의 모든 부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국내 행동주의 펀드 KCGI가 한진그룹을 상대로 주주권 행사를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재계에서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가 발표돼 이목을 끌고 있다.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배포한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 개입 1년 후 기업들의 고용과 투자가 전년대비 각각 18.1%, 23.8% 감소했다.

한경연은 ‘The Activist Insight Activist Investing Review 2014’ 선정 10대 행동주의 펀드가 공격한 438개 기업 중 2013년, 2014년 각년도에 공격을 시작하고 종료한 해외 48개 기업을 대상으로 공격기간 전, 후 3년의 경영성과를 살펴봄으로써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을 분석했다.

한경연은 행동주의 펀드가 자기주식 매입, 배당 확대, 자산 매각 등을 요구해 단기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여 수익을 얻는 헤지펀드를 의미하기 때문에 공격기간을 1년 이내로 한정했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가 공격한 기간 고용인원은 전년대비 4.8% 감소했고 공격 다음 해에는 18.1% 줄었다.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악화 이유?’ 전경련 산하 한경연의 황당한 주장 기사의 사진

설비투자와 R&D 투자현황을 살펴본 결과 공격 이전 매년 증가하던 설비 투자는 공격기간 중 2.4% 감소했고 공격 종료 직후(1년) 연도 및 2년 후에는 전년대비 각각 23.8%, 21.2% 축소됐다. R&D 투자 또한 공격한 기간에는 기존 흐름을 유지했으나 공격 다음 해 및 2년 후에는 전년대비 20.8%, 9.7% 감소했다.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당기순이익은 공격한 기간에 전년대비 46.2%, 공격기간 다음 해에는 83.6% 줄어 큰 타격을 입었다. 영업이익은 공격한 기간 전년대비 40.6%, 공격기간이 끝난 1년 후에도 41.0% 급감했다.

또한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를 요구하며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을 공격하기 전 전년대비 7~8% 내외로 증가하던 자사주는 공격한 기간 전년대비 20.3% 증가했다. 배당금은 전년대비 63.8% 급증했으며 1년 후, 2년 후에는 전년대비 18.7%, 24.3% 감소했다.

이에 대해 유환인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통한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장기보유 주주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차등의결권 도입 등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한경연의 보고서가 행동주의 펀드의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한 단편적인 분석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송홍석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행동주의 펀드는 경영전략적인 측면에서 한계사업, 핵심사업이 아닌 것들을 매각하기도 하는데 이는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행위로도 해석된다”며 “특정 사업부분이 매각이 된 경우 기업측면에서는 고용이 줄었다고 할 수 있겠으나 기업가치, 지속가능한 성장의 관점에서는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외환위기 당시에는 한계사업을 갖고 있어서 위기가 된 기업도 있고, 이를 매각해 턴어라운드 한 곳도 있다”며 “행동주의 펀드의 참여를 단순하게 판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도 “기업 자체를 보며 원인과 결과에 대한 검증과정이 필요하다”며 “행동주의 펀드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에 기업실적이 나빠진건지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동주의 펀드가 예전에는 기업 구조조정, 유효자산 매각, 과도한 배당 등으로 단기적 관점에서 일종의 기업 사냥꾼과 같이 생각됐으나 최근에는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를 고려하기 때문에 단편적인 부분만 해석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누구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눈에 보이는 보고서”라며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주주가 잘못했을때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 모든 피해가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최근 국내 행동주의 펀드와 같은 모습이 사회를 정화하는 가장 좋은 자본주의 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재벌 그룹들이 행동주의 펀드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지 알 수 있는 보고서”라고 꼬집었다.

그는 “2003년 SK와 서버린의 경영권 분쟁 이후 SK는 기업경영 등 여러 부분에서 개선을 시도했고 소버린 지분이 빠져나간 뒤에도 주가가 상승했던 사례가 있다”며 “오히려 행동주의 펀드로 인해 기업경영 결정과정,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이것이 기업 지속가능성,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평균적으로 더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지적에 한경연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2~3개월 전부터 행동주의 펀드가 이슈가 돼 준비를 해왔던 것”이라며 “최근 불거진 기업 이슈로 인해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최근에도 행동주의 펀드들은 단기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사모펀드의 본질은 2~3년 안에 청산해 수익을 얻는 것인 만큼 ‘기업가치 제고’라는 말로 포장하지만 결국 수익을 얻는 것이 목표이고 자본주의 생태에 따라 공격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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