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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신발기업 ‘화승’···불황 뚫지 못하고 역사속으로

국내 1호 신발기업 ‘화승’···불황 뚫지 못하고 역사속으로

등록 2019.02.07 17:26

이지영

  기자

토종브랜드 르까프 한때 신발시장 휩쓸어해외 유명브랜드에 밀려 결국 법정관리행

국내 1호 신발기업 ‘화승’···불황 뚫지 못하고 역사속으로 기사의 사진

국내 1호 신발기업인 주식회사 화승이 기업회생을 신청해 패션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화승은 토종브랜드 ‘르까프’를 만들어 한때 국내 신발 시장을 휩쓸었던 기업이다. 전성기 때에는 수출 활약도 대단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찾아온 패션업계 불황으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더니 결국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됐다.

7일 화승에 따르면 화승은 지난달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고 법원은 곧바로 채권추심과 자산 처분을 막는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서울회생법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신청 하루 만인 지난 1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고한 달 이내에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화승은 1953년 설립된 국내 1호 신발기업인 동양고무산업이 모태다. 1978년 나이키 신발을 OEM(주분자생산방식)으로 생산하면서부터 회사는 급격하게 몸집이 커졌다.

사세를 확장한 회사는 1980년 화승으로 회사명을 바꿨다. 이후 1986년 나이키와 제휴가 종료되는 시점에 ‘르까프’라는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했고, 국내 신발 산업 중흥을 이끌었다.

르까프 브랜드 성공으로 1990년대까지 전성기를 맞은 화승은 일찌감치 해외로 손을 뻗어 수출길을 열었다. 1990년에는 수출 5억불탑 금탑 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1994년엔 미국 스포츠브랜드 ‘케이스위스’를 국내 론칭했다.

위기도 한 차례 겪었다. 1998년 IMF외환위기 여파로 부도가 났다가 2005년 화의(파산을 예방할 목적으로 채무 정리에 관해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맺는 강제계약)에서 졸업했다. 재기에 성공한 화승은 2007년에 미국 아웃도어브랜드 ‘머렐’을 국내 유통했다. 르까프와 케이스위스, 머렐 3개 브랜드로 스포츠·아웃도어 시장을 공략했다.

이후 아웃도어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화승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11년에는 매출액 5900억원에 영업이익 177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포츠웨어 시장이 나이키, 아디다스를 비롯해 데상트, 언더아머, 뉴발란스 등 해외 유명 브랜드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매출이 급감해 경영난에 시달려왔다. 2013년 영업이익은 6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아웃도어 시장 침체까지 겹치면서 이후에도 경영은 악화해 2016년에는 369억원, 이듬해에는 56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현재는 전국에 르까프 매장 280곳, 케이스위스와 머렐 매장을 각각 160여곳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경영난을 겪고 있는 화승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때 스포츠웨어 업계를 주름잡았던 르까프가 해외 메가브랜드에 밀려 실적이 악화된 것도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 패션업황 자체가 오랫동안 침체된 상황”이라며 “화승 뿐 아니라 대형 업체 역시 업황불황으로 브랜드 영업을 접거나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연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승이 회생절차를 밟고 다시 재기에 성공하려면 ‘휠라’브랜드처럼 요즘 트렌드를 철저하게 분석해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로 재탄생하는 수준으로 이미지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화승이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의류·신발 등을 공급한 납품업체와 원부자재 공급 업체가 줄줄이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동남아 지역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화승은 일부 원부자재를 부산 지역에 있는 업체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

이에 대리점 등 협력업체들은 지난 6일긴급 채권단 회의를 열었다. 업체들이 받을 돈을 합하면 1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화승그룹 측은 매각 당시 발생한 출자금은 지난 3년간 공정가치 평가를 통해 감액처리 해 왔고 추가 자금지출도 없기 때문에 피해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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