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통과 무산⋯정부 규제정책 ‘손바닥 뒤집기’기재부 추진 ‘일감 몰아주기 과세 면제’ , 공정위 제동
이같은 결정에는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바로 적용하기에 여건이 녹녹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홍 부총리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추진한 규제완화 계획이 공정위 반대로 무산되면서 경제컨트롤타워로서 기재부 위상에 흠집이 났다.
지난 국무회의에서 당초 신설 예정이던 일감 몰아주기 중과세 예외조항을 제외한 ‘세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됐다. 올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일감 몰아주기 예외조항이 삭제된 것은 지난달 8일 입법예고 직후부터 공정위가 반대 의사를 강력하게 표시했기 때문이다. 당초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기재부는 공정위와의 사전 논의를 건너뛴 채 예외조항을 시행령 개정안에 넣었다.
공정위 소관인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기술적 특성상 전후방 연관관계에 있는 계열회사 간의 거래로 해당 상품의 생산에 필요한 부품 소재 등을 공급 또는 구매하는 경우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로 보지 않는 예외조항이 있다. 기재부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주무 부처 격인 공정위도 예외를 두는 만큼 기재부 소관인 세법에 예외를 둘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는 특정법인이 특수관계법인과의 매출이 정상거래비율(대기업 30%, 중견 40%, 중소 50%)을 초과하면 지배주주 등에게 증여세를 매기고 있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는 예외가 없다. 국회에서는 조세회피 목적이 없는 것이 명확할 경우 예외규정을 신설하라며 기재부에 개선방안을 요구했다.
이에 기재부는 ‘수혜법인이 규격·품질 등 기술적 특성상 전후방 연관 관계가 있어 특수관계법인과 특허가 있는 부품·소재 등을 불가피하게 거래하는 경우 해당 매출액에는 증여세를 매기지 않는다’는 조항을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넣기로 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예외는 무조건 인정해 주는 게 아니라 조사를 거쳐 합당하다고 인정될 때만 과징금을 빼주는 것이어서 사전에 과세 대상에서 빼주는 세법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공정거래법에는 ‘특허를 보유한 경우 예외로 한다’는 명시적인 조항이 없고, 일감 몰아주기 과징금은 공정위 조사를 통해 부과하는 반면 증여세는 기업 신고를 기반으로 과세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허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제외하면 특허나 독점기술을 특정 기업으로 몰아주는 식의 편법이 발생하고, 대주주들이 어떤 식으로든 이익을 보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현행대로 예외를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특허 보유에 따른 거래 실태조사 등 현황 분석을 거쳐야한다”며 “추후 보완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jhchul@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