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미디어 ‘n’ 미데아" 전은 동시대 사회를 예민하게 포착했을 뿐 아니라 테크놀로지에 대한 예술적 개입으로 새로운 미래를 그렸던, 그렇기에 여전히 동시대적인 예술 “백남준 미디어”가 던지는 메시지를 탐구한다. 이를 통해 비디오로 새로운 예술의 지평을 연, 백남준의 미디어 실험이 도달하고자 했던 예술적 지향점을 전시하고자 한다.
“마샬 매클루언이 했던 말처럼, 우리는 변화하는 사회의 안테나이다. 하지만 안테나에서 그치지 않는다. 〔...〕 내가 하는 일은 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지켜보면서 그 안에 손가락을 비집고 집어넣어 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작은 구멍을 찾는 것이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주요 소장품으로 채워지는 이번 전시 "백남준 미디어 ‘n’ 미데아"는 “세계 모든 나라가 서로 케이블 TV로 연결될 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을 미리 예견한 일종의 상상적인 비디오 경관(백남준)”인 백남준의 작업 <글로벌 그루브>(1973)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WNET 방송국을 통해 방송되었던 <글로벌 그루브>에는 위성 방송 시스템, 인터넷 소통방식 이전에 비디오가 서로의 문화에 대한 쌍방향의 이해를 매개하는 매체가 될 수 있음을 예견한 그의 사유가 담겨 있다. 전 세계의 다양한 춤과 노래가 콜라주 되는 이 작품은 “비디오 공동시장”을 통해 전파되는 미래, 마치 오늘날의 유튜브를 예견한 듯한 그의 비전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적 차원의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서로 연대하는 투명한 사회, 다시 말해 전쟁 없는 사회이다. 즉, 지구촌을 향한 꿈이다” 라는 비평가 이르멜린 리비어의 말처럼, 두 번의 세계 대전과 베트남 전쟁을 비롯한 냉전의 긴장감이 감돌던 20세기 후반의 정치사회적 상황 안에서 예술가 백남준은 미디어를 통한 ‘소통’으로 ‘세계평화’를 이루어 낼 미래의 광경을 형상화 한다.
전시는 ‘지구인’ 백남준이 전자 미디어로 그리는 거대한 비전과 조응하는 여러 단계의 텔레비전 실험과 예술적 탐구를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닉슨 TV>는 텔레비전을 쌍방향의 소통수단으로 이해하고 실험한 백남준의 미디어 분석을 보여준다. 텔레비전에 전류를 흐르게 해 이미지를 왜곡시키는 이 작업으로 인해 닉슨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희화화된다. 다음으로는 1968년의 전시 <전자 예술Ⅱ> 기록 영상 속의 <케이지드 매클루언> 비디오를 볼 수 있다.
미디어 이론가 마샬 매클루언의 얼굴을 변주한 이 영상은 "미디어의 이해" 라는 책으로 미디어에 대한 탁월한 분석을 한 이론가 매클루언과 백남준의 상보 관계를 상상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동시에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매클루언의 개념과 연계하여 텔레비전을 일 방향의 매체가 아닌 작가의 개입으로 변주될 수 있는 쌍방향의 가능성을 찾은 백남준 미디어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백남준이 꿈꿨던 “미래의 비디오 풍경”을 상상하며 구성한 전시장 메인 홀은 거대한 거실 공간처럼 연출되었다. 이 공간에 놓인 대형의자에 앉으면 왼쪽으로는 음극선관이 유화를 대신해 만들어진 미디어 회화 <퐁텐블로>를, 양쪽으로는 실체가 없는 비선형적인 시간을 시각화하는 <스위스 시계>와
그리고 정면에는 <글로벌 그루브>가 멀티비전에 상영되고 있고 양 옆으로 <찰리 채플린>과 <밥 호프>가 포진해 있다. 또한 구석의 방으로 들어가면 인류의 문명을 밝힌 최초의 미디어인 ‘빛’을 담고 있는
또한 전시장의 마지막에 놓인 백남준의 최초의 위성 실험 비디오 <도큐멘타 6 위성 텔레케스트>와 <징기스칸의 귀향>을 통해 전자 고속도로를 통한 세계적인 소통, 쌍방향의 소통이 가져올 ‘미래적인 풍경’에 대한 백남준의 비전을 엿볼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기술 매체가 우리 삶의 지형과 일상을 바꾸고 있는 이 시대에 다시금 미디어가 현재와 미래의 삶에 어떠한 메시지를 던지는지를 ‘미디어 비저너리’ 백남준의 사유를 통해 돌아보는 전시가 되길 기대해본다.
뉴스웨이 안성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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