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대부분 ‘본사 경고장’ 불신제2의 GM사태 발생 우려 낮아 생산성 3위·수출허브 구조조정 못해기본급 인상 안하면 최저임금 위반해넘긴 임단협 올 6월까지 이어질듯
지난 13일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만난 박종규 노조위원장(사진)은 “본사 부회장(제조총괄)의 영상 메시지를 직접 받아보고 코웃음 쳤다”며 “전세계 르노 공장 가운데 생산성 3위에 올라있는 부산공장에 신차 물량을 안준다는 말은 조합원 그 누구도 믿지 않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공장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내 경쟁력 8위다. 또 르노의 아시아 수출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매년 수천억 흑자를 내는 생산전략기지의 구조조정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도 했다. 조합원 불신을 키운 요인으로는 “사측이 임금·단체협약 때마다 신차 배정을 미끼로 임금 동결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르노는 생산 경쟁력이 없는 공장에 신차를 절대 배정하지 않는다”며 “일본 닛산공장보다 임금이 20% 높다고 하면서 임금 동결하면 후속 물량을 주겠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일 한국GM처럼 국내공장 2곳이 있다면 1개 공장은 구조조정을 할 수 있겠지만, 부산공장은 딱 하나인데 르노가 스스로 수출 허브를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다”며 언론에서 제기하는 ‘제2의 한국GM 사태’ 우려에 반박했다.
지난해 12월 새 집행부 출범 이후 파업이 잦자 르노 본사에선 신차 배정 물량을 언급하며 조속한 임단협 타결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노조는 전날까지 29차례(116시간) 파업했으며 생산 손실은 6900여대로 추산했다. 시간당 완성차 60대를 조립하는 부산공장이 40대가량 생산하는 현대자동차보다 높아 국내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노조 집행부의 얘기다.
르노삼성은 해를 넘긴 2018년 임단협을 놓고 노사 양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사측은 인건비가 일본을 추월했다며 기본급 인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현장 노동강도가 타사에 비해 심한데 기본급 동결은 억울하다고 맞서고 있다. 박 위원장은 “우리가 요구하는 기본급 10만667만원 인상은 최저임금에 딱 맞춰지는 수준”이라고 했다.
르노삼성이 임단협으로 늦어진 배경엔 임금체계 개편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집행부는 사측이 기본급을 올려주지 않으면 조합원 2301명 가운데 600여명 이상 최저임금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르노삼성의 임금 체계는 타사와 마찬가지로 기본급이 낮고 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높다. 이 때문에 평균 연봉이 7800만원(2017년 기준)에 달하는 고임금 생산직의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한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12년차 생산직 근로자의 기본급은 130만원으로 하루 8시간 최저시급(8350만원)으로 계산하면 최저임금보다 낮다.
박 위원장은 “사측은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려고 정기상여 지급주기를 격월에서 매월 지급 기준으로 바꾸자고 요청하는데 노동조합 동의 없이는 임금체계를 바꿀 수 없다”며 “올초 적용된 최저임금법 유예기간(6개월)을 감안하면 사측이 기본급을 인상 해야만 하는 올 6월까지 임단협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르노삼성은 2016년과 2017년 2년연속 영업이익 4000억원, 순이익 3000억원 이상 거뒀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000년부터 지난 18년간 본사가 가져간 이익 배당률 평균은 29.8%인데 이중 2016년에는 100%, 2017년에는 70%로 3년 전부터 급증했다.
박 위원장은 “본사에서 이렇게 이익을 챙겨갔는데 현장 조합원들 불만이 안 생길 수가 없다. 지금 조합원 99%가 부분파업에 찬성하고 있다”며 장기 투쟁을 예고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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