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본사 부회장, 파업 자제 메시지 던져노조 집행부 교체로 강성 기류로 돌변신차 배정 차질 땐 한국GM 사태 우려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프랑스 르노 본사로부터 파업을 강행하면 부산에 신차 배정을 안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르노그룹 제조총괄담당 로스 모저스 부회장은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일 부산공장 임직원 2000여명에게 이같은 내용을 담은 3분짜리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강성 노조 집행부가 여느 해와 달리 임단협에 비협조적으로 나오자 본사에서도 이번 사안을 신중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모저스 부회장은 르노 이사회 멤버로 티에리 볼레로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이어 그룹 내 서열 9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한국 사업장을 총괄하는 도미닉 시뇨라 사장을 대신해 르노 고위 임원이 노조에 직접 메시지를 보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노조 압박카드로서 일종의 으름장을 놓은 셈이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해를 넘긴 임금·단체협약의 조속한 타결과 장기 파업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르노삼성은 올해 9월로 위탁생산 계약이 종료되는 닛산차 로그 후속 차량의 일감을 따내야 하는 중대 기로에 처해 있다. 노사 관계는 지난해 한국GM 사태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산업은행과 정상화 합의 과정에서 글로벌GM은 노조가 임단협 조기 타결 약속을 이행하지 않자 “신차 배정을 안할 수도 있다”고 경고해 결국 우리 정부의 투자유치를 이끌어낸 바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임단협을 끝내지 못해 회사 출범 이래 처음으로 해를 넘기며 노사 갈등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르노삼성은 금속노조 소속인 현대·기아자동차, 한국GM 등과 달리 개별기업 노조여서 노사 관계가 원만했다. 1000여명의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한 이후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무분규로 임단협 협상을 마치는 등 완성차 노사화합 문화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과거 금속노조 가입을 주도한 이력이 있는 ‘강성파’ 박종규 집행부 출범과 함께 파업 강도가 높아지자 본사에서도 상당히 경계하는 분위기다.
노조는 기본급 10만667원 인상과 자기계발비 2만133원 인상, 2교대 수당 인상 등 고정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사측이 기본급 유지 보상금 100만원, 성과격려금 300만원 등의 제시안을 내놨지만 노조는 기본급 동결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협상을 대충 끝낼 계획은 없다. 올 임단협을 시작해야 하는 5~6월이 되더라도 조합 요구안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파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투쟁 의지를 다졌다.
전문가들은 전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생산성이 일본과의 경쟁에서 뒤지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우려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2년 로그 물량을 유치했을 당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많이 올라 지금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차를 생산하는 게 경쟁력이 더 생겼다”며 “결과적으로 비용이 올라가면 신차를 받는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임단협 논의 과정에서 28차례 부분파업(104시간)을 벌여 5000대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대략 1000억원 선이다. 부산공장 월 생산규모는 2만대에 약간 못 미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신차 배정 시기나 모델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며 “부산공장에서 어떤 모델을 배정받느냐 문제보단 생산성 유지가 중요해 다양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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