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네이버·KT 전문가 잇단 ‘러브콜’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경영권을 잡은 이후로 KT, 네이버 출신 인력의 영입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가 전통의 내연기관 제조사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정 부회장이 외부 인재 수혈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네이버와 KT의 팀장급 이상 전문가들이 현대차로 이동한 것은 대략 10여 명으로 추산된다. 5세대(5G),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향후 현대·기아차에 탑재될 기술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해당분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영입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KT에서 클라우드 관련 업무를 맡았던 김지윤 상무를 영입해 ICT기술사업부장 자리를 맡겼다. 김지윤 상무는 KT그룹 재직 당시 SI(서비스 이노베이션)부문 IT전략본부장, 클라우드추진본부장, INC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KT 자회사인 KT클라우드웨어를 총괄해 온 서정식 상무도 현대차로 자리를 옮긴 뒤 지난해 말 ICT본부장(전무)으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은 또 윤경림 전 KT 부사장을 지난달 영입해 현대차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사업부장(부사장) 자리를 맡겼다. LG데이콤과 하나로텔레콤을 거친 그는 KT에서 미래융합전략실장과 글로벌사업부문장을 지낸 5G 이동통신 전문가로 꼽힌다. 오픈이노베이션 팀은 현대차가 모빌리티 사업 혁신을 이끄는 중추 조직이다.
KT뿐만 아니라 네이버 출신 전문가들에게도 정 부회장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현대차는 네이버랩스 수석연구원을 지낸 김정희 씨를 인공지능(AI) 기술 연구를 전담하는 ‘에어랩’의 총괄 이사로 영입했다. 인공지능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에 뛰어들면서 신설조직을 꾸린 것이다.
또 네이버의 AI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파고’ 개발자인 김준석 씨도 ‘에어랩’ 책임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네이버 이전에 LG전자에서 수년간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한 그는 현대차에서 차량용 AI를 개발한다. 이들은 한국공학한림원이 꼽은 미래 100대 기술을 주도해 나갈 '차세대 연구 주역'에 선정되는 등 이미 재능을 인정받았다.
이 같은 현대차의 외부 인재 영입은 미래 기술력 선점 과정에서 ICT부문과의 협업이 강화되는 시기와 맞물린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국내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비롯해 AI,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차량 공유 등 해당 분야 기술력을 갖춘 업체와 투자 유치도 10건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최근 현대차는 모빌리티,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에 약 14조7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카셰어링(차량 공유) 등 스마트 모빌리티에 6조4000억원 ▲차량 전동화에 3조3000억원 ▲자율주행 및 커넥티비티 기술에 2조5000억원 ▲선행 개발 및 연구개발(R&D) 지원 사업에 2조5000억원을 각각 투입키로 확정했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서산주행시험장에서 KT와 함께 5G 기반의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중이다.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커넥티드, 자율주행 기술 연구개발에는 통신 및 IT관련 기술들이 포함돼 있어 내부 인력으로 많이 부족하다”며 “AI, 빅데이터, 교통망 정보 분석 등을 하려면 네이버 같은 IT 전문가들 영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작년 말 네이버를 떠난 송창현 전 네이버랩스 대표가 준비하는 스타트업에도 적극 관심을 보이며 투자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그는 네이버랩스 대표 시절 모빌리티팀을 꾸리고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받으며 관련기술을 연구해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결정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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