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정부 관료 출신들이 주로 차지했던 자리를 경제·경영학 교수들로 채운 것도 새로운 회계제도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은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이효익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한국회계학회 상임이사와 한국회계기준원 원장 등을 역임한 회계분야의 대표적인 학자다.
그는 1951년생으로 성균관대에서 경영학 학사,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6년부터 최근까지 농협생명의 계열사인 NH농협은행 사외이사로 재직해왔다.
농협생명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측은 “이 후보는 회계분야의 충분한 실무 경험과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며 “경영 관련 전문가로서 폭넓은 식견을 바탕으로 실질적 이사회 운영을 위해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한생명은 지난 26일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승한 한국공인회계사회 상근행정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윤 부회장은 금융감독원에서 회계감독1국장, 공시감독국장, 총괄조정국장, 기획조정국장을 역임했다. 1957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같은 대학에서 경영학,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회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신한생명 임추위 측은 “윤 후보는 회계·금융분야에서 폭넓은 식견을 갖춘 전문가”라며 “IFRS17 등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을 앞둔 상황에서 이사회의 전문성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보험사들이 회계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IFRS17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이 3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2022년 도입 예정인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국제회계기준이다. 이에 따라 자본 변동성 확대 등 위험 요인을 반영한 새 자본건전성제도 K-ICS가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K-ICS 2.0(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확충해야 할 자본 규모가 정해진다.
신한생명의 경우 향후 신한금융지주의 또 다른 생명보험 계열사 오렌지라이프와의 합병이 예정돼 있어 셈법이 복잡하다.
보험업계는 현재 생명·손해보험협회를 중심으로 IFRS17 도입 1년 추가 연기와 K-ICS의 단계적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대학에서 경제·경영학을 가르치는 교수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도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을 의식한 결정이다.
과거 금융감독원 국장급 이상 간부와 재무·법조·행정분야 요직 관료 출신이 대거 포진했던 사외이사 일부가 학자들로 교체되고 있다.
일명 ‘얼굴마담’이나 ‘바람막이’ 역할을 할 전관(前官)보다는 지식과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실제 DB손해보험은 대통령비서실 부이사관 출신의 박상용 법무법인 율촌 고문이 물러난 자리에 한국보험학회 이사, 한국리스크관리학회 이사를 맡고 있는 최정호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를 앉혔다.
삼성화재는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을 역임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현대해상은 진영호 고려대 경영대학 산학협력중점 교수, 메리츠화재는 조이수 한동대 경영경제학부 교수가 계속해서 이사회에 참여한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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