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은 삼성생명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 권고를 거부해 금감원의 눈 밖에 난 상황이다. 금감원은 즉시연금 문제는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괘씸죄를 물어 검사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지난해 법인보험대리점(GA)채널에서 과도한 시책비 경쟁을 유발해 논란을 낳았던 메리츠화재가 검사 대상 1순위다.
12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한화생명에 종합검사 실시를 통보하고 사전 자료 요청을 했다.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 달 초 본격적인 검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이 종합검사를 받는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9년여만이다.
금감원은 지난 2015년 폐지했던 종합검사를 올해 4년여만에 부활시키기로 하고 검사 대상 선정 작업을 진행해왔다.
당초 보험업계 종합검사 대상 1순위는 지난해 금감원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 지급 권고를 거부한 삼성생명이었다.
그러나 보복성 검사 논란이 확산되면서 부담을 느낀 금감원은 논란을 최소할 수 있는 한화생명을 첫 타깃으로 결정했다. 금감원은 올해 상반기 한화생명에 이어 하반기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화생명 역시 특정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덜 지급한 연금을 지급하라는 권고를 거부해 유력한 종합검사 후보로 분류돼왔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8월 즉시연금 가입자 A씨에게 과소 지급한 즉시연금을 지급하라는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 결정에 대한 불수용 의견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한화생명은 즉시연금 가입자들에게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 연금을 지급했으나 보험약관에는 이 같은 내용이 명확히 기재돼 있지 않고 설명도 불충분했다는 게 분조위의 판단이었다.
한화생명 즉시연금 약관의 연금 지급액 관련 항목에는 ‘만기보험금을 고려해 공시이율에 의해 계산한 이자 상당액에서 소정의 사업비를 차감해 지급한다’는 문구가 있다.
한화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850억원(2만5000건)으로 삼성생명 4300억원(5만5000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다만, 금감원은 이번 종합검사에서 소송 중으로 법원의 최종 판단이 필요한 사항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부분, 즉 즉시연금 문제에 대해서는 준법성 검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즉시연금 지급 권고 거부에 따른 괘씸죄를 적용해 검사 수위를 높일 가능성은 있다.
즉시연금과 관계가 없는 다른 사안을 집중 추궁해 지급을 우회적으로 압박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나온다.
실제 윤석헌 금감원은 그동안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대형 보험사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해왔다.
윤 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보험금 지급 결정을 외면하는 대형 보험사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대형사가 업계를 이끌면서 모범을 보여줬으면 하는 생각이 많다”며 “희망하는 것처럼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답했다.
한화생명은 대상 금융사 선정을 위한 평가지표 중 소비자 보호 항목 공통 지표인 민원 건수도 증가했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민원 건수는 3994건으로 전년 3943건에 비해 51건(1.3%) 늘었다. 이 중 금감원 즉시연금 전용 코너에 접수된 민원은 197건이었다.
한편 첫 종합검사 대상 손해보험사로는 업계 5위사 메리츠화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법인보험대리점(GA)채널을 통해 공격적인 장기보장성 인(人)보험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시책비 경쟁을 유발해 금감원의 지적을 받았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4개 GA 설계사를 대상으로 7~9월 3개월 연속으로 매월 보험료 30만원의 신계약을 체결하면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특별시책을 내걸기도 했다.
금감원은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 DB손해보험에 예정된 재원을 초과해 과도한 사업비를 지출했다며 상품별 사업비 집행 한도 관리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또 3개 손보사의 GA채널 모집수당 지급과 환수 기준이 불합리하다며 기준 개선과 사후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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