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내정자는 지난 2002년 이후 17년여만의 민간 출신 원장으로 기존 원장들의 최대 무기였던 금융당국과의 소통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사 출신인 그가 원장으로 취임하면 일반손해보험과 인슈어테크(InsurTech·보험과 기술)에 역량을 집중해 온 보험개발원의 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험개발원 원장후보추천위원회는 1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원장 후보 2명에 대한 면접을 실시해 강호 전 보험연구원 원장을 1순위 후보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제12대 원장으로 내정된 강 내정자는 오는 26일 사원사 총회에서 최종 선출될 예정이다.
강 내정자가 취임하면 생명·손해·화재보험협회를 제외한 국내 3대 보험 유관기관 중 2곳의 수장을 역임하게 된다. 그는 2010~2013년 제2대 보험개발원 부원장을 거쳐 2013~2016년 제3대 보험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했다.
요율·통계기관인 보험개발원과 연구기관인 보험연구원 원장을 모두 역임하는 것은 강 내정자가 처음이다.
강 내정자는 17년만의 민간 출신 원장이기도 하다. 가장 최근 재직한 민간 출신 원장은 2002년 퇴임한 제5대 박성욱 전 원장이다.
강 내정자는 1958년생으로 용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와 미국 조지아대에서 각각 경영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 대신생명(현 푸본현대생명) 이사, 2001년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장을 거쳐 2008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부사장을 지냈다. 2016년 보험연구원 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2017년부터 교보생명에서 상임고문으로 재직해왔다.
이 같은 강 내정자의 이력은 보험개발원 원장으로서 장점인 동시에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요율을 산출하고 통계를 관리하는 기관 특성상 금융당국과의 활발한 소통이 중요하다.
특히 금융당국이 보험상품과 가격을 사실상 통제하는 현행 체계상 역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분명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보험개발원 내부에서는 이번에도 금융당국 출신 원장 선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보험개발원 원장직은 주로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서 보험을 담당했던 고위 인사가 맡아왔다.
제11대 성대규 전 원장은 1989년 행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원 보험제도담당관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보험제도과를 거쳐 기획재정부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과 금융위 금융서비스국 보험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제10대 원장인 김수봉 현 동양생명 부사장과 제9대 원장인 강영구 현 메리츠화재 사장은 금감원 보험담당 부원장보 출신이다.
전임 원장인 성 전 원장이 주도했던 일반손해보험과 인슈어테크 중심의 경영전략에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성 전 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보험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일반손해보험과 인슈어테크를 강조했다. 지난달 신한생명 사장 선임 후 가장 먼저 한 것도 인슈어테크 기반 금융서비스를 발굴하는 이노베이션센터(Innovation Center) 신설이었다.
강 내정자는 생명보험사 출신인 만큼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던 생명보험 분야 사업 과제 발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강 내정자가 전임 원장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조직과 사업 전반에 다양한 변화를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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