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부처 장관들을 비공개로 만나 정부의 대응태세를 점검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일본 경제보복 대책 특위 설치를 추진하는 등 당·정·청의 대응 발걸음이 급박해지는 모양새다.
우선 청와대의 경우 그동안 직접 대응을 삼가던 모습과는 달리, 김 정책실장을 중심으로 기업들을 적극 접촉하는 등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7일 연합뉴스 보도와 정치권과 재개에 따르면 이날 만남은 서울 모처에서 오찬 형식으로 진행됐고, 대상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3개 대기업 총수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5대 그룹 총수를 만나는 방안이 고려됐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해외 출장 등 일정으로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관심이 쏠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애초에는 일본 출장 때문에 회동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지나, 이 부회장이 예상보다 늦게 출국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도 회동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와 삼성은 이 부회장의 참석 여부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으나, 이 부회장이 이날 오후 6시가 넘어서야 공항 출국장에 나타난 점 등을 고려하면 회동에 들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5대 그룹 가운데 총수가 참석하지 않은 기업들의 경우 임원진이 대신 참여해 의견을 나눴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날 홍 부총리와 김 실장은 대기업 총수들로부터 일본의 수출규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정부의 대응 기조를 설명한 동시에 기업별 구체적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와 정부는 홍 부총리와 김 실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을 만났는지는 물론, 면담 장소와 오간 대화 내용 등에 대해 철저하게 함구했다.
일부에서는 만남 방식이 '합동 오찬'이 아닌 순차 면담으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언급됐으나 정부와 청와대 기업들 모두 확인해주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처럼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는 데에는 이번 사안이 상대국이 있는 만큼 철저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일본산 소재부품의 국산화에 대한 집중 지원 등 이미 공개된 정부 대응에 더해 이번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이 공개되는 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조치에 영향을 받는 대기업이 정부 대응기조에 보조를 맞추는 것과 별개로 일본 기업과 거래하는 현실을 감안해 이날 면담 내용이 공개될 경우 사안을 타개하려는 기업의 자체 역할이 제한되는 등의 영향도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과도한 정보 노출은 민간 영역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이런 '전략적 신중함'의 배경인 셈이다.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이 기업 총수를 만나는 등 문제 해결 노력을 가속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이번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설 단계는 아직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사안이 불거진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관련 언급이 아직 공개되지 않는 등 메시지 관리를 하는 것도 이런 차원으로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8일 오후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는 문 대통령의 입에 상당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의 기업 면담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은 10일에는 청와대에서 30대 그룹 총수들과 간담회를 갖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의 주제 역시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국내 기업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정부와 여당에서도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고삐를 죄는 모양새다.
이 총리의 경우 지난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대비해 관계 장관들과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대정부질문에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문제가 중점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날 모임에서도 정부의 대응방안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당내에 가칭 '일본 경제보복 대책 특위' 설치를 추진한다.
이는 이번 사태를 돌파하는데 속도를 내는 청와대와 정부의 움직임을 국회에서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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