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디스플레이 수출규제 관련 청와대 간담회문 대통령 “민관 비상대응체제···피해 최소화 노력 방점”삼성·SK 등 기업들, 정부와 밀접 교감 갖고 입체적 접근
10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제재와 관련해 경제계 주요 인사들을 초청,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과 SK 등을 포함한 34개 대기업집단 중 30개 기업 총수 또는 CEO들과 경제단체장, 관계장관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의 기업 총수 간담회는 지난 2017년 7월 호프미팅, 올해 1월 기업인과의 대화에 이어 3번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 출장을 사유로 불참하고 대신 윤부근 부회장과 황각규 부회장이 각각 참석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전례 없는 비상 상황인 만큼,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이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민관 비상 대응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면서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와 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이 상시 소통체제를 구축하고, 장·차관급 범정부지원체제를 운영해 단기적 대책과 근본적 대책을 함께 세우고 협력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단기적 대책으로는, 우리 기업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수입처의 다변화와 국내 생산의 확대 등을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이번 일이 어떻게 끝나든, 이번 일을 우리 주력산업의 핵심기술, 핵심부품, 소재, 장비의 국산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품·소재 공동개발이나 공동구입을 비롯한 수요기업 간 협력과 부품·소재를 국산화하는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더욱 확대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재계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해법을 도모하기로 했지만 보다 구체적인 대응책은 당분간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안이 중대하다는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고 서로 협력하는데 무게를 뒀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공개된 정부 대응에 더해 이번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이 공개되는 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삼성과 SK는 물론 이번 제재와 크게 연관성이 없는 주요 대기업들이 광범위하게 간담회를 가진 것과 관련해 포괄적인 대응카드를 간추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상황이 상황인만큼 정·재계가 앞서 홍역을 치른 사드이슈와 화웨이쇼크때와는, 본질적인 접근에서 차이를 두고 있다는 평가다. 당시 정부가 사실상 “기업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거리를 뒀던 것과는 달리 당국 관계자들과 밀접한 소통을 자주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 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내 대기업 총수와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 대책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국내 기업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들 역시 당시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대외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청취하고 향후 적극적으로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정책과 기업간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번 일본 수출제재와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공조가 기대된다”며 “지난 4일에도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문재인대통령과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회동했다. 4차산업혁명 관련 의제는 물론 현재 일본과의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 ▲플루오드 폴리이미드(디스플레이패널부품) ▲포토리지스트(반도체회로도부품) ▲에칭가스(반도체세척용 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강경 발언을 이어가며 향후 제재 수준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뉴스웨이 최홍기 기자
hkc@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