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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낙하산’···산업은행 전철밟는 KDB인베스트먼트

‘또 낙하산’···산업은행 전철밟는 KDB인베스트먼트

등록 2019.07.18 17:24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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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CFO 파견 계획에 우려 커“사업 전문성 부족으로 역할 못해”대우조선서도 ‘분식회계’로 불명예“산업은행 따라잡기 급급” 지적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대우건설을 떠안은 KDB인베스트먼트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파견해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 행보에 착수한다. 다만 시작과 동시에 ‘낙하산 경영진’부터 내리꽂는 등 산업은행의 관행을 그대로 따라가는 모양새라 논란이 예상된다.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는 조만간 최고재무책임자(CFO) 1명과 실무자 2명을 대우건설에 파견한다. 매각을 시도하기에 앞서 기업가치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KDB인베스트먼트는 향후 파견할 3명의 임직원과 함께 대우건설의 현황을 진단한 뒤 경쟁력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내부에도 밸류업 작업에 동참할 M&A 전문 인력을 수혈했다.

특히 KDB인베스트먼트 측이 ‘CFO’를 지목한 것은 회사 경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재무라인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지금은 내부 출신의 김창환 전무가 차지하고 있지만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대우건설 CFO는 산업은행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이 자리를 다시 챙기겠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우려가 식지 않고 있다. 과거에도 산업은행 측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 요직에 부행장 출신 인사 등을 앉혔지만 대부분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대표적이다. 산업은행 재무본부장(부행장) 출신인 김열중·김갑중 전 부사장이 연이어 CFO를 맡았으나 갑작스럽게 불거진 ‘분식회계 의혹’에 순탄치 않은 여정을 걸었다.

김갑중 전 부행장은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과 재무제표를 조작해 적자를 흑자로 바꾸고 금융기관에서 21조원대 사기대출을 받는 등 혐의로 2017년 징역 6년형을 확정 받은 상태다. 김열중 전 부사장은 3년의 임기를 채웠으나 증권선물위원회가 책임을 물어 그의 해임을 권고하면서 불명예를 안았다.

KDB인베스트먼트가 관리할 대우건설도 마찬가지다. 조현익·임경택 등 전 CFO에서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수행한 송문선 전 사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산업은행 출신 인사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재무건전성 확보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송 전 사장 시절인 2017년엔 영업이익 4373억원을 기록하며 산업은행 체제 전환 후 가장 좋은 성과를 냈지만 4분기 모로코 발전소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한 잠재손실에 발목을 잡혔다. 이로 인해 성공하는 듯 했던 매각도 무산되고 말았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CFO 자리를 내부 출신에게 내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KDB생명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찾아볼 수 있다. 산업은행은 이 회사를 인수한 뒤 부행장 출신인 최익종·안양수 전 사장에게 차례로 경영을 맡겼지만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실제 2014년 665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이 이듬해 274억원으로 줄었고 2016년과 2017년엔 각 102억원과 761억원의 적자를 냈다. 여기에 건전성 지표인 RBC(지급여력) 비율은 한때 128.04%로 떨어지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는 관련 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인물에게 경영을 떠넘긴 결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각각은 ‘친정’인 산업은행의 눈치도 봐야하는 터라 장기적인 경영계획보다 단기성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KDB인베스트먼트가 본궤도에 안착할지 주목하고 있다. 단, 이번 ‘낙하산 논란’처럼 모회사 따라잡기에 급급해한다면 ‘시장 중심 구조조정’이라는 구호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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